[김정일 訪中] 北 경제개발 필요성 ‘같은꿈’ 구체적 개혁·개방엔 ‘딴생각’
입력 2011-05-23 21:4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에 따라 논의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개발에 대해 북한과 중국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개발의 필요성은 서로 공감하지만 개혁·개방 방식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동선으로 볼 때 북한이 경제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심각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 위원장이 동북3성을 지난해 8월에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찾았고, 곧바로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 등 동남부로 강행군을 이어간 것이 이를 반증한다.
중국도 북한이 빠르고도 추진력 있는 경제개발에 나서길 기대하며 적극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김정일을 초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3성 개발과 나선(나진·선봉)특구 등을 통한 동해출항권을 위해서는 절실하다.
하지만 경제개발 방식에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북한이 중국처럼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를 통한 개혁·개방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다. 단순한 투자 유치나 첨단 산업기술 습득 등을 통한 경제개발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시스템을 바꾸는 걸 생각한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북 투자와 경제협력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북한의 폐쇄된 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2일 김 위원장 초청 이유를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의 발전에 활용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러나 ‘북한식’ 개혁·개방과 경제개발 구상을 고집하고 있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따를 경우 자칫 체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이 2006년 광둥(廣東)성 등 남쪽 지방을 방문하자 ‘북한판 남순강화’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별다른 개혁·개방 조치가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23일 “‘북한판 남순강화’가 현실화되려면 김 위원장의 통 큰 개혁·개방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