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살아 남은 건 유대인 선교 예비하심이었다
입력 2011-05-23 17:45
10살때 홀로코스트서 생존, 이스라엘로 건너가 정통 유대인에 복음전하는 ‘쯔비 이야기’
1939년 10월. 폴란드는 독일과 소련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이는 유대인에게 곧 죽음을 의미했다. 히틀러는 유대인 격리 거주지역인 게토를 만들어 유대인을 몰아넣었다. 그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1943년 5월경에는 게토 내 유대인들이 모두 살해되었다. 당시 폴란드에 거주하던 유대인은 330만명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이중 300만명이 죽었다.
유대인 헨릭은 폴란드가 침공당할 당시 10세였다. 그의 부모는 헨릭을 고아원에 보내기로 했다. 게토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고아원에서 서류를 작성하던 헨릭의 엄마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헨릭, 아무에게도 네가 유대인이라고 말하지 마라. 절대 잊으면 안 돼. 알았지?” 그때가 헨릭이 엄마를 본, 아니 가족을 본 마지막이었다.
이후 헨릭은 부모를 찾기 위해 게토에 숨어 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겨우 빠져나왔다. 헨릭은 그렇게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폴란드 탈출선을 타고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에 닿았다. 이때 ‘쯔비’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쯔비는 히브리어로 헨릭이다. 군인이 된 그는 숱한 전장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때까지 그는 예수를 몰랐다.
그러다 전쟁이 끝난 어느 날 스위스 관광객으로부터 신약성경을 선물 받았다. 신약성경을 읽으면서 그는 메시아 예수를 알게 됐다. 그의 선한 삶과 긍휼, 그가 전한 복음에 매료됐다. 직접 교회를 찾았다.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이 기독인으로 개종한다는 것은 또 다른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엄마, 애들이 나를 때렸어요.” 어린 딸 루티의 목소리였다. 쯔비 가족은 극단적인 정통파 유대인이 거주하던 예루살렘 서쪽에 살았다. 이웃 할아버지 라비노비츠는 어린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루티도 다른 아이들처럼 사탕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러자 라비노비츠가 다른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그 아이를 때려라.” 아이들은 사탕 준 노인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듯 루티를 때렸다. 루티가 예수를 믿는 신자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3남 1녀를 둔 쯔비는 올해 83세가 됐다. 그의 큰 아들 메노 목사는 ‘예루살렘교회’에서 시무한다. 쯔비는 현재 이 교회를 섬기며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홀로코스트의 역경을 뛰어넘어 정통파 유대 종교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그는 삶으로 신실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한다. 그의 삶은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한국 성도들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쯔비 이야기는 이스라엘에서 18년간 살았던 권성달 교수를 통해 한국에 소개됐다. 총신대, 웨스트민스터대학원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그는 이스라엘에서 ‘예루살렘교회’를 다녔다. 쯔비 이야기를 다룬 책 ‘쯔비’는 2000년 미국에서 출판돼, 미국기독교출판협회가 주는 골드메달리언상을 수상했다. ‘쯔비:귀향’이란 영화로도 제작, 미국 스페인 등에서 상영됐다. 국내에서는 최근 출판사 ‘그리심’을 통해 번역, 출간됐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것으로 치자면 권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 동신교회 권성수 목사의 동생인 그는 2002년 7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식당에서 벌어진 테러 사상자 중 한 명이다. 9명이 죽고 80여명 부상당한 큰 사건이었다. 폭탄은 그의 테이블 옆에서 터졌다. 다행히 건물 기둥이 사이에 있었다. 그는 전신 40% 화상을 입고 27일간 무의식 상태에 있다 깨어났다.
지난 18일 서울 사당동 총신대에서 만난 권 교수는 “그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와 예루살렘교회의 가교역할을 하라는 소명을 받았다”면서 “이를 잊지 말라고 몸에 흉터까지 주셨다”며 웃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거부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복이 넘어온 것”이라며 “우리는 유대인에게 복음의 빚을 졌다.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쯔비의 아들 메노 목사는 메시아닉주들의 순교적 삶을 다른 영화 ‘회복’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