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방문 끝난뒤에야 확인해주던 관례 뒤집고…원자바오, 김정일 방중 첫 확인

입력 2011-05-22 21:35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2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김 위원장 방중이 끝난 뒤에야 확인을 해주던 그동안의 중국 정부의 관례를 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5월에 이어 또다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방중이 겹친 데 양해를 구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원 총리는 오후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해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이어 “이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들의 방중에 원대한 안목을 갖고 전략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을 중국은 유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당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중국식 경제발전을 볼 기회가 많아 방중이 북한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김 위원장의 방중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등 북한 정세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와 남북 비핵화회담 우선 개최라는 2가지 목표에 중국이 어느 정도 수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총리는 “남북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뒤 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 UEP 문제에 대해 중국이 ‘우려’라는 표현을 문서에 공식화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도 정상선언문에 반영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당초 양국 정상회담은 단독과 확대 각각 30분씩 1시간 예정이었으나 단독회담이 1시간으로 길어지면서 확대 10분을 합쳐 모두 1시간10분간 진행됐다.

길어진 단독회담 시간만큼 폭넓은 현안에 대해 양국 정상 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홍 수석은 “극히 적은 사람만 참석한 한·중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 자세한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