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성기업 파업에 ‘초비상’…車업계 “대책이 없다” 발만 동동
입력 2011-05-22 22:25
자동차 엔진부품 전문업체 유성기업의 파업이 확산되면서 완성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오는 7월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유럽차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단체들은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유성기업 충남 아산 및 충북 영동공장의 직원과 가족 600여명은 아산공장 앞에서 경찰병력 5개 중대 400여명과 대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직원 등이 정문에 모여 관리직 직원들이 공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다만 물리적 충돌은 아직 빚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960년 설립된 유성기업은 피스톤링, 실린더라이너, 캠 샤프트 등 엔진 핵심부품을 생산해 완성차업체와 중장비 및 농기계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피스톤링의 경우 국내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유럽, 동남아, 남미, 중동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피스톤 하나에 3개가 들어가는 피스톤링의 개당 가격은 1351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번 주부터 당장 조업중단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쏘나타, K5, 스포티지R 등 주력모델에 유성기업 부품이 100%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라인에서는 생산 차질이 현실화됐다. 현대·기아차 측은 “다른 업체에서 조달하는 일부 소형차종을 제외한 전 차종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당장 거래처를 구할 수도 없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차를 제외한 모든 차종에 유성기업 부품을 납품받아온 한국지엠 역시 다음주엔 재고가 소진된다. 이에 따라 구매팀을 파견, 유성기업 내에 보관 중인 부품 규모 파악에 나섰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당장 부품 거래처를 바꾸기 쉽지 않아 애프터서비스로 나갈 부품을 생산라인으로 돌리는 방안까지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성기업 파업의 쟁점은 주간연속 2교대제와 생산직 월급제다. 10시간씩 일하는 것을 8시간으로 줄이고 임금은 똑같이 달라는 취지다. 노조 측은 “노사가 올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로 2009년 합의했는데 사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이날 정부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이들은 “부품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하는 5월 24일 이후에는 대부분의 완성차업체에 생산차질이 예상돼 자동차업계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자동차부품 공급선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