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톈진 이후 행적 한때 오리무중… 뒤늦게 ‘남행 열차’ 포착

입력 2011-05-23 00:1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북부 끝에서 동남부까지 무박 3일간 이례적으로 강행군을 계속하며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타고 있는 특별열차는 20일 밤 8시(현지시간)쯤 첫 방문지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을 출발, 하얼빈(哈爾濱)을 거쳐 다음날 오전 8시20분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도착했다. 약 12시간의 야간운행을 계속했다. 김 위원장은 창춘에서 대표적 산업시설인 이치 자동차 공장을 둘러본 뒤 오후 2시20분쯤 다시 창춘역을 출발했다. 창춘을 떠난 특별열차는 선양(瀋陽)과 톈진(天津)을 거쳐 22일 밤 8시30분쯤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역에 도착했다. 이어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검은 세단과 버스 등 차량이 줄지어 양저우시 영빈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전에는 당초 톈진을 통해 베이징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던 특별열차의 행적이 한동안 오리무중이었다. 톈진을 무정차 통과하면서 톈진역에서 평시와 다른 경계강화 등 특이움직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특별열차가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면서 행적이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무려 30여시간을 열차에서 보낸 셈이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기차에서 밤을 보내며 사흘간 무숙박 이동을 계속한 것은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 지역을 보다 폭넓게 돌아봄으로써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외교가는 “김 위원장의 이동속도나 행적을 보면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행적으로 그에 대한 건강악화설 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에는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성광주(盛光祖) 철도부장이 수행하면서 특별열차의 행로를 ‘우선’ 확보하고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속 60~70㎞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일 김 위원장이 무단장에서 잠시 여장을 푼 홀리데이인 호텔 최고급 스위트룸인 ‘총통방(總統房)’은 하루 숙박비가 8880 위안(148만원)이라고 호텔 직원이 소개했다. 120㎡ 넓이의 총통방에는 거실과 침실, 욕실이 고급 자재로 꾸며져 있으며, 주로 중국의 당·정 고위 인사들과 최고급 외빈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논평을 요구받고 “북한 당국자들의 베이징 방문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쪽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확인할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된 정보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중국과는 6자회담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의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 방중 때도 중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 “우리가 확인할 사항이나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만 밝혔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