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MB는 총리 만나는데 김정일은 주석과… 格 논란
입력 2011-05-22 18:44
한·중·일 정상회담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겹치면서 중국이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카운터파트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였던 반면, 김 위원장은 조만간 중국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여 ‘격(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중국 지도자 회담 일정이 겹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30일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상하이 정상회담 사흘 만에 김 국방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 당시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중국에 항의했다. 이에 중국도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 한때 외교적 긴장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지난해 이후 3번째인데 이번을 포함해 2번이 한·중 정상회담과 겹치면서 중국이 우리 정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것이 우리 정부의 속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5월처럼 항의 등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2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외교하지 않는다”며 “북한과 중국 사이에만 있는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사전에 김 위원장 방중 일정을 귀띔해주는 것까지 기대하진 않지만 한·중·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방중 일정을 잡아도 되지 않느냐는 아쉬움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일정 조율이 좀 더 어려웠을 수 있지만 우리로선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북한의 의도된 연출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 방북 일정을 조율하면서 북한이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방중 일정을 고집하면 중국이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도 북한 의도대로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남북 대화에 응하라고 설득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와 사전에 약속한 대로 하면 그런 주문을 할 텐데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는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한·중·일 정상회의는 늘 원자바오 총리가 참석해 왔고, 정치 군사 부문 정상회의에만 후진타오 주석이 참석하는 게 중국의 관례기 때문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