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정부, 몰랐나 모른척 했나… 9시간이나 ‘김정은 방중’ 침묵
입력 2011-05-22 20:41
‘몰랐던 걸까 아니면 알면서 입을 다문 걸까.’
정부의 대북 정보력 부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일 방중을 두고 9시간 가까이 ‘김정은 방중’으로 혼선을 빚으면서다. 정부가 민감한 외교 사안에 따른 ‘노 코멘트의 벽’에 숨어 정보력 부재를 감추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정보 당국은 “우리가 파악했는지 못했는지도 (상대에게) 중요한 정보”라며 노 코멘트를 정당화하길 좋아한다. 더구나 이번 건은 우리가 제3자이므로 확인해주기 더욱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사태를 살펴보면, 정보 당국의 대북 정보라인이 지난 10년 동안 대폭 축소되는 바람에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으며, 현 정부 들어서도 원칙 없는 잦은 인사 등으로 능력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태의 징후를 3개월 전 감청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었다. 군 당국은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 15시간 전쯤 북한 잠수정이 사라졌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군과 국정원이 ‘알고도 당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첩보 입수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로 만드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중국과 정보교류가 원활치 못한 외교력 부재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5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까지 가졌으나 며칠 뒤 단행된 김정일 방중은 까맣게 몰랐다. 정부는 나중에야 중국 정부에 서운함을 표했지만 외교·정보력 부재만 드러내는 꼴이 됐다.
이번 논란의 경우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20일 오전 9시11분 ‘김정은 방중’을 기정사실화 했고, 이를 인용해 AP, AFP,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긴급뉴스로 타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쯤 되면 구체적 사안은 곤란하더라도 보도의 진위 정도는 가려주는 게 관례에 속한다. 그러나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김정은 혼자 방중한 듯하다’라며 기름을 부었다. 중국 정부가 보다 못해 우리 정부에 김 위원장 방중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오후 5시가 넘어서 청와대가 부랴부랴 보도를 정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