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의 역습인가… 정두언 “전대 불출마” 선언

입력 2011-05-22 18:31


한나라당 소장파 내 당권 주자로 꼽혀온 정두언 전 최고위원이 22일 ‘책임정치’를 강조하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로써 안상수 대표 시절 지도부 중 7·4 전대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적잖이 영향을 받는 등 당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최고위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27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불출마하는 것이 당원들의 여망에 부응하고 책임정치의 구현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에 처한 당을 소생시켜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재보선 패배의 논란에서 벗어나 있는 새로운 인물들로 새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까지 불리던 그는 18대 총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55인 파동’을 이끈 이후 줄곧 당의 쇄신 논의를 이끌어왔다. 특히 지난 재보선 패배 이후 ‘새로운 한나라’의 일원으로 추가 감세 철회 등에 앞장서며 쇄신 논의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소장파의 노림수로 보는 당내 시선이 늘며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되자 이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로운 한나라를 중심으로 ‘젊은 대표론’이 나오고 정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최고위원 등이 유력 주자로 거론되면서 “안상수 대표 하나만 책임지면 되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는 반발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당내에선 나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홍준표 전 최고위원, 원희룡 전 사무총장과 김무성 전 원내대표 등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최고위원은 이들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불출마 결심으로 직전 지도부 인사 불출마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한나라의 젊은 당 대표주자로 거론되던 남경필 의원에게 힘이 쏠리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장고 끝에 당권 도전의 뜻을 접은 만큼 정 전 최고위원은 향후 당내 쇄신 논의에 더욱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친이 주류에서 ‘보수 가치론’을 앞세워 논의에 뛰어든 것과 관련해 “당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략적 쇄신론은 쇄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와 재보선 패배는 우리 당이 보수적 가치를 소홀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중도개혁’과 ‘보수혁신’의 노선이 우리가 추구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