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지원에 FTA 등 일반예산 3353억 이·전용

입력 2011-05-22 18:18


농림수산식품부가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에 따른 가축 매몰 보상금, 방역비 등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예비비 외에도 3353억원 상당의 자유무역협정(FTA)이행기금지원, 수리시설유지관리비 등의 일반 예산을 가져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받은 구제역 관련 소요 예산 현황에 따르면 매몰 보상금과 생계안정, 가축방역, 매몰지 정비 등에 필요한 총 예산은 2조1473억원으로 예상됐다. 이 중 정부가 확보한 것은 예비비 9547억원을 포함한 1조3801억원으로, 7672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이에 2010년도 예산 379억원과 2011년도 예산 2974억원을 이·전용했다.

2010년도 예산 중에서는 FTA이행기금지원에 쓰이기로 돼 있던 예산 324억1700만원, 원유수급조절 예산 14억7000만원 등이 구제역 방역·보상금으로 투입됐다. 2011년도 예산에서는 쌀직불금 지원에 쓰이는 쌀소득기금전출금 1039억원, 수리시설유지관리비 861억4500만원, FTA이행기금지원(350억7400만원) 등이 구제역 관련 예산으로 돌려졌다.

정부는 2010년 예산은 이미 쓰고 남은 예산(불용예산)이고, 2011년도 예산 역시 남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올해 당장 지급되지 않아도 될 예산 등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쌀소득기금 전출금의 경우 지난해 쌀 생산량이 워낙 적어 예상보다 적게 지급되면서 남은 금액이고, FTA 기금은 FTA 발효 후 생길 피해를 위해 예비해 두는 기금에 넣을 돈을 당겨쓴 것이어서 실제 피해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향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라는 차원에서 배정되는 예산을 급한 불을 꺼야 할 때마다 전용하는 것은 예산 편성의 목적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수리시설 노후화로 안정성, FTA 개방에 따른 피해 등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이·전용하는 것은 농민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농업 관련 여러 환경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예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