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세계화 짧지만 선명한 발자취…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전개와 위상’ 展
입력 2011-05-22 17:41
1953년 무명 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국제공모전에 입선한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1915∼82)의 작품이 당시 영국 런던 테이트갤러리에 걸렸다. 기록이 남아있는 한국 작가의 해외 첫 출품작이다. 58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열린 제5회 국제현대칼라 리도그라피전은 한국 작가가 참가한 첫 해외 전시다. 이항성 유강렬 정규 등이 개인적으로 참가해 이항성이 수상했다.
한국 현대미술을 국제 무대에 단체로 소개한 최초의 전시는 58년 미국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이었다. 전시기획자 프세티가 한국을 방문해 작가 및 작품을 선정, 30대부터 원로작가까지 35명의 62점이 출품됐다. 당시 국내 화단에는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백양회’ ‘현대미술가협회’ 등이 생겨나 창작의 열기가 높았으나 해외 전시는 드물었다.
국가 단위의 첫 국제전은 61년 파리청년작가비엔날레다. 35세 이하 작가가 참가한 이 행사의 한국 커미셔너는 박서보가 맡았고 최만린 이양노 정상화 정영열 하종현 김종학 박종배 등이 출품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한국은 63년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 66년 도쿄국제판화비엔날레에 참가했다. 68년 도쿄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은 광복 후 23년 만에 한국 회화가 일본에 소개된 경우다.
사실 지금이야 해외 국제전 참여가 다반사이지만 50, 60년대만 하더라도 가뭄에 콩 나듯 참가했다. 그래서 팸플릿이나 포스터 등 전시 자료도 많지 않다. 지난해 서울 창전동 홍대입구에 사무실과 전시 공간을 마련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미술 자료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 역사를 짚어보는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전개와 위상’ 전을 26일부터 7월 23일까지 연다.
한국 현대미술이 해외 진출을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 국제 무대에서 입지를 높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개괄해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 목록은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해외 전시 도록 및 단행본 150여점, 포스터 10여점, 관련 신문기사 20여점 등이다. 자료 전시여서 그림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당시 출품작과 오픈 행사 등 50여건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한다.
70년대에는 제2회 인도 트리엔날레와 도쿄화랑에서 열린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 80년대에는 제12회 파리비엔날레와 뉴욕에서 열린 ‘민중미술전-한국의 새로운 문화운동’, 90년대에는 한국 단색화의 경향을 영국에 선보인 ‘자연과 함께’, 한국 국적 작가로는 육근병이 처음 참가한 제9회 독일 카셀도큐멘타, 베니스비엔날레 첫 한국관 전시 ‘호랑이 꼬리’ 등이 각각 관심을 모았다.
한국 작가의 해외 전시를 집대성한 목록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 경향과 위상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0년가량 발품을 팔며 전시 자료를 모은 김달진(56) 소장은 “오늘의 한국미술이 있기까지 과정을 살펴보고 세계로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료 관람(02-730-6216).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