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좋은 이웃

입력 2011-05-22 17:45


케냐의 지라니어린이합창단과 자매결연한 경기도의 한 소년소녀합창단이 케냐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좋은 이웃’이라는 뜻을 지닌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은 구호활동을 목적으로 세계 3대 슬럼가 중 하나인 케냐의 고로고초 마을을 찾았던 우리나라 목사님에 의해 창단되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사랑의 파동을 만들어 내는 사람, 목이 마른 사람을 물가로 안내하기 전에 지니고 있는 물통을 꺼내 우선 한 모금 마시게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밝게 한다. 삶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모른 채 연명하기 위해 쓰레기더미 속 썩은 음식을 주워 먹으며 아무렇게나 살고 있던 아이들을 그냥 스쳐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만남으로 이어가며 ‘도레미’부터 가르쳐 음악을 통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준 한 성직자의 헌신이 쓰레기 마을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준 것이다.

사진을 통해 본 그들의 연습 광경은 의도적인 연출이 아닌가 싶을 만큼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전해졌다. 쓰레기더미 위에서, 골목 흙바닥에 오래된 풍금 하나 놓고 연습한 아이들에게서 어떻게 ‘천상의 하모니’라 칭송 받는 아름다운 노래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 아이들의 노래가 아름다운 이유는 삶의 애환이 영혼의 울림을 통한 깊은 소리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아이는 이미 가난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이 더욱 관심있게 다가오는 것은 케냐에는 나와 인연을 맺은 올해 13살 된 조스팟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 NGO단체를 통하여 인연을 맺은 아이 중 첫 번째로 만난 아이라서 더 마음이 간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보내온 편지와 사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이를 만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수학을 잘하며, 방과 후에는 주로 가축을 돌본다는 사진 속 아이는 키는 꽤 많이 컸으나 몸은 여전히 마른 상태로 순박해 보이면서도 깊은 어두움이 배인 검은 얼굴에서 희망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작년 연말 공연에서 지라니합창단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합창하는데 가슴이 울컥하니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그래, 너희들도 조스팟도 모두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야. 지금은 연약한 묘목일지라도 언젠가 너희들도 큰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누군가의 좋은 이웃으로 성장하게 되겠지?

천국과 지옥의 식탁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람의 팔보다 더 긴 젓가락을 사용하여 식사를 하는데 지옥에서는 저마다 긴 젓가락으로 자기 입에 먼저 음식을 넣고자 기를 쓰지만 누구 하나 제 입에 음식을 넣는 사람이 없으나, 천국에서는 긴 젓가락으로 서로의 입에 넣어줌으로써 사이좋게 잘 먹고 있더라는… 진정으로 잘살기를 원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야만 하겠다. 그 좋은 이웃이 ‘내가’ 되고 어두움 가운데 있는 누군가에게 빛을 비추는 사람도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세원(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