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초대석-김순권 대한성서공회이사장] “한글성경이란 큰 선물 주신 분 허름한 묘역 보고 가슴 아팠죠”
입력 2011-05-22 19:48
대한성서공회는 한글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을 맞아 한글성경을 처음으로 번역한 존 로스 목사의 업적을 기리는 묘비 제막 예식을 최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 뉴잉턴 묘역에서 거행했다. 예식에는 대한성서공회 이사들을 비롯해 로스 목사의 후손, 스코틀랜드 성서공회 이사들과 교회 지도자들, 세계성서공회연합회 총무, 영국성서공회 부총무, 한국인 목회자와 유학생 등이 참석했다.
제막 예식에 참석한 김순권 이사장을 지난 20일 대한성서공회 회의실에서 만나 로스 목사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과 제막 예식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존 로스 목사는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까.
“로스 목사는 한국교회사에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그는 한국에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 중국에서 이응찬을 만나 한글성경 번역을 시작한 고마운 분이지요. 그의 노력으로 우리가 지금 신구약성경을 편안하게 볼 수 있습니다. 로스 목사는 1872년부터 중국 선양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1882년에는 최초의 한국어 누가복음을, 1887년에는 최초의 한국어 신약전서를 번역해 출간했습니다. 그가 번역한 한국어 성경을 통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하나님을 믿었으며, 이 성경은 한국교회의 성장과 한국 사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로스 목사의 묘비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습니까.
“지난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로스 목사의 묘역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허물어진 비석, 색이 바랜 묘비명, 현지 한인 목사들이 세워놓은 허름한 표지판….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011년은 한글 신구약성경 번역 100주년이 되는 해다. 로스 선교사 후손을 초청해 한국교회가 감사의 뜻을 전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그 뜻을 스코틀랜드 성서공회 전 총무인 맥도널드를 만나 전달했습니다. 맥도널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7월, 로스 목사의 손자인 이안 로스에게 묘비를 설치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후 제작했습니다. 대한성서공회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기념비를 스코틀랜드로 옮겼고 지난 4∼11일 현지에서 감격적인 행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막식엔 어떤 분들이 참석했습니까.
“세계성서공회 페로 총무, 스코틀랜드 성서공회 던킨 총무 등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는 로스 선교사의 손자인 이안 로스와 가족 등 로스 목사의 후손 12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을 초청하기까지는 대한성서공회 상임이사인 김호용 장로의 노력이 컸습니다. 김 장로는 몇 년 전부터 이들과 교류를 갖고 있었습니다. 또 직접 호주를 방문해 감사의 뜻을 전한 적도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은혜 보답’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로스 목사 후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사실 던킨 총무도 로스의 한글 번역 노력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안 로스가 우리의 손을 잡고 오히려 고마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한글성경을 번역하는데 앞장선 것은 조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일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잘 몰랐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 후손들에게 이 사실을 계속 알려주겠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사랑과 보은에 감사한다.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해준 한국교회에 감사드린다.’”
-제막식 당시 현지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현지 언론들이 로스가 한글성경을 번역하는 데 앞장선 것과 대한성서공회 임원들이 감사의 뜻으로 이곳을 방문해 기념식을 가진 것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스코틀랜드 대표 일간지인 ‘스코츠맨’은 스코틀랜드 국교회 총회장인 존 크리스티 목사와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의 키이스 오 브라이언 추기경을 포함해 스코틀랜드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다는 것과 로스 목사가 게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했지만 일생 영어와 독어, 불어,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만주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11개의 언어를 습득했으며, 건강상 문제로 1910년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기 전까지 중국과 한국에서 38년간 거주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제막식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도 로스의 묘역 앞에서 ‘한글성경 완역 100주년 감사예배’를 드리면서 은혜를 받았습니다. 이번 제막식은 로스 목사가 한글성경 번역에 기여한 바를 되돌아보고, 한국교회의 위상과 성서운동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성서공회는 로스 목사가 한민족을 위해서 시작한 성서 번역 제작 반포 사업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