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정부 “정은 혼자 갔다”…또 헛다리

입력 2011-05-20 22:14

‘은둔형 지도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일 극비 방중으로 전 세계가 소동을 벌였다. 후계자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각국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지만 결국 김 위원장이 중국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해프닝은 한·중 정부와 언론의 ‘3자 합작품’ 성격이 짙다. 우선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정은을 지속적으로 초청했다. 지난해 10월과 12월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각각 평양을 찾아 김정은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2월에는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김 위원장을 면담해 후계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초청 사실은 우리 정보기관도 확인한 내용이다. 이후 양측이 김정은의 방중 시기와 절차 등을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이날 새벽 북한 특별열차가 중국으로 넘어가자 국내의 한 언론사는 오전 9시를 전후해 ‘긴급! 김정은 방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AFP, 로이터, 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국내 언론을 인용, “김정은이 방중했다”고 보도했다. 오보가 눈덩이처럼 시간이 갈수록 커진 셈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보도 내용을 사실로 ‘확인’해 주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 위원장과 같이 가지 않고 혼자 중국에 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무단장(牧丹江)의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되고, 정부 관계자들이 오후 5시쯤 “아들이 아닌 아버지가 중국에 갔다”고 ‘정정’하면서 하루 종일 계속된 오보 소동은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지난해 3월 31일에도 비슷한 오보 소동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이나 사실관계는 정부가 확인해줄 수 없다. 다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결국 오보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5월 3일에야 중국을 방문했다.

이처럼 북한 최고위층 일정과 관련한 북한 뉴스가 매번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확하게 알려지는 1차적 원인은 외부에 최고지도자의 움직임을 공개하지 않는 북한 측에 있다. 김 위원장이 귀국하기 전까지 방중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중국 측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어 보인다. 여기에 언론의 속보 경쟁과 우리 정부의 섣부른 ‘확인’이 맞물리면서 소동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