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극기 이식 신호 줬더니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걸었다

입력 2011-05-20 21:31

전기자극기를 이식함으로써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하는 치료법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대학의 척수연구센터 연구팀은 척수 기저에 전기자극기를 이식해 신경 시스템에 직접 자극을 줌으로써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더 랜싯(the Lancet)’에도 실렸다.

다시 걷게 된 주인공은 25세 롭 서머스. 오리건 주립대학의 야구선수였던 그는 20세 때인 2006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됐다. 의사들은 그가 절대로 다시 설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이후 3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하지만 2009년 12월 전기자극기 이식 이후 달라졌다. 며칠 후 혼자서 일어설 수 있게 됐고, 몇 달 뒤에는 발가락과 무릎, 발목 등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러닝머신 위에서 몇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신경세포 다발인 척수가 손상되면 뇌의 신호가 다른 부위로 전달되지 못해 마비상태가 되고 만다. 연구팀은 뇌의 명령 없이도 걸음을 조정할 수 있는 척수 아랫부분의 신경망에 주목했다. 연구팀의 리더 수전 하케마 박사는 “전기자극기가 척수에 직접 신호를 보내 일어서거나 걸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전기자극기를 끄면 서머스의 하반신은 다시 마비되고 만다.

의학계에선 현재 만성통증 치료에 널리 쓰이는 척수 전기자극술을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적용해 효과를 봤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는 “만약 전기 자극으로 분명한 치료 효과를 봤다면 마비 환자 치료의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할 만하다”며 “많은 추가 연구가 진행돼 성공률이 절반 이상을 넘을 경우 실제 일반 환자 적용 여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는 “모든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훈 민태원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