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이동때 차량 80여대 동원 위상 뽐내
입력 2011-05-21 01:31
전격 방중에 나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일 특별열차 편으로 지린성 투먼(圖們)을 거쳐 헤이룽장성 무단장(牧丹江)에 도착했다. 김정일 일행은 이곳에서 최고급인 홀리데이인(假日)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들은 이날 밤 호텔에서 장더장(張德江) 국무원 부총리와 헤이룽장성 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을 가진 뒤 다시 하얼빈(哈爾濱) 쪽으로 떠났다.
무단장의 한 소식통은 “오전부터 홀리데이인호텔 앞에 경찰과 군인들이 대거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가 밤 9시10분쯤 모두 해제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 일행이 하얼빈을 거쳐 창춘(長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정일이 홀리데이인호텔 로비에 있는 뒷모습 사진을 촬영해 보도하기도 했다. 촬영된 사진은 흐릿하긴 했지만 짧게 치켜 깎은 머리 스타일이나 얼굴 모양이 김정일 모습이었다.
김정일 일행이 탄 특별열차는 지난해 8월 방중 때와 마찬가지로 객차가 16량이나 됐다. 이들이 이동할 때는 승용차와 미니버스 등을 포함해 차량이 한꺼번에 80여대나 동원됐다.
김정일 일행은 무장단에서 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을 기리는 ‘동북항일연군기념탑’이 있는 베이산(北山) 공원과 징보후(鏡泊湖·경박호)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두 곳은 김정일이 지난해 8월 귀국길에 무단장을 찾았을 때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북한은 무단장에 여성 노동자 2000명 파견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김정일 일행이 이번에 이와 관련한 현지 실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김정일 일행이 이날 새벽 투먼에 도착할 때는 투먼과 북한의 남양을 잇는 다리 주변 등 시내 전역에 공안이 빈틈없이 배치됐다. 중국의 일부 인터넷 게시판과 마이크로 블로그인 웨이보(微博)에도 이날 새벽 “시내에 경찰이 쫙 깔렸다” “무슨 일이 있나” 등의 글이 떠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일은 이번에 지난해 8월 방중 당시 귀로였던 창춘-하얼빈-무단장을 역순으로 찾고 있다. 김정일은 창춘에 이어 창춘-지린-투먼을 집중 개발하는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선도구’ 핵심 지역도 둘러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북·중 경협이라는 과업을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수행 인물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참모장, 최용해 당 정치국 후보위원 등 당과 군의 핵심 인물이 대거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날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 어떤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김정일 방중 소식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중국 방문에 나섰다고 신속하게 보도했으나 ‘김정일 방중’으로 한국 언론을 인용해 정정 보도했다. 로이터·AFP통신 등도 김정은 방중으로 보도한 뒤 김정일 방중으로 보도했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