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격 방중, 지금 왜?… 9개월 만에 투먼 거쳐 무단장에, 김정은 동행 확인안돼
입력 2011-05-21 11:1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일 새벽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해 8월 방중 이후 9개월 만이다.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이 공식 동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는 이날 새벽 북한 남양에서 중국 투먼(圖們)을 거쳐 오전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에 도착했다. 김정일은 여기에서 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 유적지를 둘러본 뒤 이날 밤 9시10분쯤 다시 하얼빈(哈爾濱) 쪽으로 떠났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정일이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을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김정일 일행이 무단장의 최고급 호텔인 홀리데이인(假日)호텔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 현지 주민들에 목격되기도 했다.
투먼과 무단장 현지 소식통들은 “김정일이 탄 것으로 보이는 특별열차가 오늘 새벽 투먼을 거쳐 무단장에 도착한 뒤 밤 늦게 다시 하얼빈 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일 일행이 무단장에서 김일성 주석의 항일유적지를 돌아본 뒤 하얼빈을 거쳐 창춘(長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이번 방중기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만나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담 장소는 김정일이 동북3성만 돌아보고 베이징으로 향하지 않을 경우 후 주석이 현지를 직접 찾아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8월 방중 당시에도 후 주석은 창춘을 직접 방문해 난후(南湖)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경우 북·중 경협과 후계구도에 따른 유대에 대해 다시 한번 긴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방중 때처럼 이번에도 김정은은 공식 수행단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김정은의 후계구도 기반이 아직 공고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정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방중단에 포함돼 있다는 설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수차례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으며, 북한의 후계 승계를 공식 인정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열차 이동 행로로 볼 때 김정일은 일단 지난해 8월 방중 당시 귀로였던 창춘-하얼빈-무단장을 역순으로 찾아 김일성 주석의 혁명유적지 순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북3성에서 중국의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선도구’ 핵심 지역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4박5일 정도 동북 지역을 둘러본 뒤 곧바로 귀국할 가능성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혁·개방 의지를 대내외에 피력하기 위해 열차 또는 항공편을 이용,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남부의 개혁·개방 신천지를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