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경제 지원’-‘비핵화 논의 재개’ 교환 가능성

입력 2011-05-20 18:3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및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당초 후계자 김정은이 이날 새벽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방중자는 아들이 아닌 아버지로 드러났다. 당초 중국이 초청한 대상은 김정은으로 알려져 있다. 오전 정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여러 차례 김정은 방중을 요청했다”며 “이번에 김정은이 아버지 김 위원장과 같이 가지 않고 혼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무단장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외부로 방중 사실이 확인됐다. 우리 정부도 적잖이 당혹해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극비 방중 이후 9개월 만이다.

주변국들의 예상을 깨고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지, 그리고 북한이 어떤 식으로 호응할지가 관심이다. 현재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남북 비핵화 회담→북미 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북한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중순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입을 통해 3단계 접근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중국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북한과 중국이 이번 김 위원장 방중에서 ‘경제지원’과 ‘비핵화 논의 재개’ 등 서로에게 요구해 온 사안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 전반에서의 긍정적 신호,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안보통일연구부장은 “남북이 현재 샅바싸움을 벌이는 대단히 민감한 국면이다. 이번 방중은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과, 비핵화 진정성 확인 등 강력한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북한과 중국이 할 일이 별로 없다”면서 “당장 큰 틀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