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경제난 급한 불 끄기…국제무대 건재 과시 노린 듯

입력 2011-05-20 21:20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개월 만에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은 심각한 경제난 해소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8월 찾았던 동북3성을 이례적으로 다시 방문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또 국제사회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

◇경제난 돌파 의지=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이례적이다. 특히 직전 방문 지역을 또 다시 방문한 것은 처음이어서 다소 의아하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식량부족 등 경제난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한다. 최근 중국과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불과 9개월 전에 찾았던 북·중 경협의 최일선을 직접 다시 방문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경제난 해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동북3성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경협을 통해 경제난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동북3성은 최근 중국의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선도구’ 사업을 중심으로 북·중 간 경협이 한창이다. 신의주~단둥(丹東) 간 신압록강대교가 지난해 말 착공하고 이달 초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양국 접경인 압록강 하류 황금평 개발 착공식도 곧 열릴 예정이다. 또 훈춘(琿春)과 연결된 원정리~나선항 도로보수 공사도 이달 말 양측 고위 인사들이 참석하는 착공식이 예정돼 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 개혁·개방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고려됐을 수 있다. 북한은 황금평에 중국 기업인들을 포함한 국제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구상하고 있다. 중국도 김정일의 방중이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게 하고, 경협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건재 과시, 안정된 후계구도 굳히기=김정일은 또 국제사회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중을 통해 그동안 제기돼온 건강악화설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결속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혁명정신을 계승하는 후계자로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승계 의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김정일이 첫 방문지로 무단장(牧丹江)을 선택한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그는 이번에도 지난 8월 방문 때처럼 고(故) 김일성 주석의 혁명유적지를 순례했다. 무단장은 조선과 중국의 공산당이 항일 공동투쟁을 위해 결성한 무장투쟁 세력인 동북항일연군이 1930년대 활동했던 주무대다.

따라서 김정은이 이번에 동행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일단 김정은이 공식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비공식 수행원에 포함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 경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나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과의 면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