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캐럴 인근 성난 주민들, 부대 주변서 규탄 시위…퇴직 군무원 ‘헬기장 주변’ 지목
입력 2011-05-20 21:24
미군부대 내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증언이 나온 뒤 캠프 캐럴이 위치한 경북 칠곡은 몸살을 앓았다.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언이 잇따른 가운데 20일 환경부가 현지답사를 실시했으며 분노한 시민단체들이 미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고엽제를 묻은 곳이 부대 내 헬기장 주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엽제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1978년을 전후해 캠프 캐럴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퇴직자들이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 헬기장 주변을 매립 장소로 꼽으면서 미군부대 고엽제 의혹을 뒷받침했다.
이날 회의를 연 환경부 조사단과 경북·칠곡 공무원들도 이날 오후 2시쯤 부대 인근 칠곡 교육문화회관 옥상에 올라 매립 의혹지로 지목된 헬기장 주변을 살폈다. 칠곡군 관계자는 “미군이 만약 고엽제를 묻었다면 헬기장 주변에 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환경부 조사단과 경북도, 칠곡군은 회의와 현지답사 등을 통해 군부대에서 외부로 흘러나오는 실개천 3~4곳을 확인했으며 유력한 매립지로 꼽히고 있는 헬기장에서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칠곡교육문화회관 주변 토지와 지하수를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낮 12시30분쯤부터 오후 3시35분쯤까지 머리를 맞댄 이들은 캠프 캐럴 주변에 현재 음용수로 사용되는 지하수 관정 5곳의 수질오염도를 먼저 조사해 군민들의 불안을 해소한다는 데 뜻을 모았으며 1970년대 후반 부대에서 일한 사람을 찾아 증언을 듣고 미군 측과 협의해 부대 내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남일 경북도 환경해양산림국장은 “먼저 미군부대 주변 토양과 지하수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모든 조사가 이뤄진 뒤 범정부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노한 시민단체들도 캠프 캐럴에 모여들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오전부터 군청에 나와 정부 대책을 살폈으며 낮 12시부터는 시민단체 회원이 캠프 캐럴 앞에서 미군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오후 3시에는 민주노동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대구 평화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진보연대 회원 20여명이 모여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립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환경부 조사팀과 함께 캠프 안으로 들여보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 인근에 고엽제가 묻혀 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곡=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