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국경 3차 중동戰 이전으로” 오바마 새 평화정책 발표
입력 2011-05-21 01:39
‘44년 전으로 돌아가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동평화 협상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이스라엘을 압박=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중동정책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국경선은 1967년 당시 경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7년 당시 경계’는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을 점령하기 이전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측 주장을 대폭 반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기여는 변함이 없지만 양국의 우정 때문에 진실을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현상 유지는 될 수 없고, 이스라엘은 평화 진전을 위해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면서 “양측이 합의함으로써 안정적이고 명확한 국경선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은 국경 문제와 관련, 3차 중동전 이전 상태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입장을 바꿔 팔레스타인 편을 든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상당히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발언이다.
◇만만찮은 파장=일부 중동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미국 정부의 입장 변경이라기보다 동력이 떨어진 중동평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측을 좀더 압박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측의 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동평화 문제는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아랍의 봄’ 상황과 맞물려 이번 기회에 중동평화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에 대해 백악관과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찬성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중동평화 문제 등을 논의한다. 양국이 상당한 이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회담의 결과는 중동평화 협상의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후 미국 내 보수층도 반발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버스 밑에 던져버렸다. 이스라엘에 무례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랍연맹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고 이집트 관영 뉴스통신 메나가 20일 보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