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홀로 격정을 토하다… 솔로 2집 ‘저니’ 발표한 정순용

입력 2011-05-20 18:17


인디밴드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35·사진)이 ‘토마스 쿡’이라는 예명으로 10년 만에 내놓은 솔로 2집의 앨범명은 여행을 뜻하는 ‘저니(Journey)’. 이 음반에는 그가 록밴드의 일원으로 보낸 자신의 청춘, 그 격랑의 시절을 돌아본 노래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예컨대 ‘집으로 오는 길’이라는 곡에서 정순용은 이렇게 노래한다. “저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떠났던 길/ 혹시 너무 멀리 가버린 건 아닌지/ 무엇이 되려 했나 이 험한 세상에서.”

동갑내기 친구 2명과 ‘마이앤트메리’를 결성한 것이 1995년이니 그가 음악활동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16년. 이번 음반을 시작으로 솔로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그는 무슨 음악을 꿈꾸고 있을까.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순용은 음반 발매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마이앤트메리’라는 큰 배를 타고 여행을 다니다 이제 혼자 노를 저어야 하는 배로 갈아탄 기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음반 제목을 ‘저니’로 지은 것은 “토마스 쿡의 긴 여행이 시작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밴드를 하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든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음악이란 게 하면 할수록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지거든요. ‘저니’는 저만의 음악 여정이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있어요.”

‘마이앤트메리’는 2004년 발표한 3집 ‘저스트 팝(Just Pop)’을 통해 평단과 마니아층의 고른 사랑을 이끌어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모던록 밴드다. 당시 이 음반은 음악성만을 잣대로 삼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음반’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들은 4집과 5집을 발표한 뒤 2009년 밴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정순용을 비롯한 멤버들은 당분간 멤버 각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 활동을 벌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순용이 ‘토마스 쿡’으로 돌아온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의 솔로 활동을 통해 그는 “고요하지만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20대에는 강한 것만이 에너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뿜지 않아도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적도의 바다에는 파도가 없다고 들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겁니다. 파도는 없지만 바다의 에너지는 그대로 간직한 노래, 그러면서 삶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노래,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정순용의 이번 음반에는 가수 김동률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이 다른 뮤지션의 음반에 프로듀서로 나선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녹음실에 동률이형이 매일 왔고, 올 때마다 조언을 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공동 프로듀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혼자서 음악 작업을 하다보면 저만의 세계에 갇힐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동률이형이 참여해주면서 이런 실수를 보완하게 됐어요. 워낙에 음악을 꼼꼼하게 만드는 형이어서 큰 도움이 됐죠. 음악이 전체적으로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아요. 정말 고마운 형이에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