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당헌인가” 정몽준, 박근혜에 포문
입력 2011-05-20 18:0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 규정 완화 반대 등 전당대회 관련 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당내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당장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을 주장해 온 정몽준 전 대표와 친이명박계 비대위원 등은 20일 박 전 대표를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정 전 대표는 개인 논평을 내고 “당이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무엇을 위한 원칙이고 무엇을 위한 당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권의 대선 주자인 정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고쳐서 이번 전당대회에 대권주자들이 모두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정양석 의원은 “기존의 관리형 대표 체제가 한계에 이르면서 (해당 조항을) 고쳐보자는 것 아니냐”며 “지금 그렇게 못을 박아버리면 논의가 진전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맡고 있는 비대위원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신지호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내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박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회동으로 의미를 상실하게 될 판”이라며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 타이밍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정 전 대표나 김 지사처럼 박 전 대표도 본인의 입장을 밝힌 것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왜 먼저 말하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만약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 왜 입장을 안 밝히냐고 비판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유력 대권주자라는 위치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행동하든 비판이 나오게 돼 있다는 얘기다. 이정현 의원은 “현행 당헌·당규는 9개월간 57차례 회의를 거쳐 민주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이를 갖고 지방선거도 이기고 정권도 쟁취했다”며 “도대체 어느 규정이 잘못돼서 오늘날 한나라당이 이런 처지가 됐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날 박 전 대표를 만난 뒤 이를 언론에 그대로 전달했던 황 원내대표도 도마에 올랐다. 장제원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철학을 얘기할 순 있다”며 “하지만 황 원내대표가 이를 비대위에 전달해 논의토록 했어야지 곧바로 인터뷰해 버리는 것은 비대위를 무력화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황 원내대표는 “누가 한마디 했다고 비대위가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더 비민주적인 것”이라며 “비대위에서 박 전 대표와 (정 전 대표와 김 지사 등) 다른 분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의견을 모아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