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이-친박 계보 없애야”… 與 편가르기에 일침
입력 2011-05-20 21:27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황우여 원내대표,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등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당의 단합과 정체성 유지를 주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심을 전하면서 당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강조했다.
◇“계보 없애버려라”=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계보도 친이, 친박 이런 거 다 없애버려야 한다”며 “국민들 앞에 신선하게 정책 갖고 논의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게 국민에게 중요하다”며 “(당이) 잘못하면 국민들이 지지를 잠시 거두더라도, 근본적으로 새로운 모습과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계파를 없애라’고 한 것은 근래 한나라당 상황에 대한 비판적 조언 성격이 짙다. 여당이 4·27 재보선 패배를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 대신 편 가르기와 책임론으로 어수선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의 탓을 한다. 그런 사람의 성공은 못 봤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정체성 주문=이 대통령은 특히 “한나라당은 중심을 가지고 일관되게 정책노선을 추진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다고 엉뚱한 노선으로 가고, 지그재그로 틀어서는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큰 틀에서 정책과 이념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토끼(전통적 지지층), 산토끼(새로 끌어들여야 할 지지층) 다 놓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감세 철회 논쟁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좌클릭’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야당 주장을 따라하기보다는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브리핑했다가 나중에 ‘야당이 공격하더라도’로 바꾸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보수 정체성 유지를 강조함에 따라 이후 청와대와 여당 간 정책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감세정책 철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전·월세 부분 상한제 도입, 복지논쟁 등이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당, “목소리를 내겠다”=황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특별한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고 배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민심을 전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당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는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개최하고 7대 무역 수출국이 되는 등 국민의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그렇지만 개인에게 별로 돌아오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은 등록금, 일자리, 비정규직, 육아, 전·월세, 퇴직 후 사회보장 문제 등 생애주기형 정책 접근을 하려고 한다”며 “서민경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도 “정책 발표 전에 당·정 협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세 관련 의총을 30일 열기로 했다고도 소개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 장관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당·청 회동에 빠진 것은 처음이다. 황 원내대표 등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장관이 밀었던 후보와 대척점에 섰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남도영 노용택 유성열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