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기자의 건강쪽지] 부부는 병도 닮는다
입력 2011-05-20 18:06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 마지막 4장 두 구절입니다. 하늘에선 비익의 새가 되고, 땅에선 연리의 가지가 되라는 뜻입니다.
‘비익’은 암수가 눈과 날개 하나씩만 달려 있어 짝을 지어야 비로소 날게 된다는 전설의 새입니다. 연리는 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 가지와 잇닿아 결까지 서로 통하는 것을 이릅니다.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말합니다. 같이 살면서 감정 표현이 서로 비슷해지면서 인상도 닮는다는 것이지요. 나아가 부부는 성격, 가치관, 생각까지 닮아가게 마련입니다.
부부는 병도 닮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인 부부 3141쌍을 조사했더니 대사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배우자도 같은 병을 지닌 예가 많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이란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등의 심장혈관질환 위험요인 5개 중 3개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한 집에서 먹고 자는 부부는 식성은 물론 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과 같이 병을 부르는 나쁜 습관도 공유하기 쉬운 까닭입니다.
21일은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부부의 날’입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은 비단 대사증후군뿐 아니라 치명적인 암까지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장수건강과 백년해로를 바라는 부부들에게 특별히 권합니다. 무조건 좋은 것만 서로 닮고, 나쁜 것은 함께 피하십시오.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