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억 갑부 건보료가 2만원이라니
입력 2011-05-20 17:41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에 맹점이 있는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최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산세 과세 표준액 기준으로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건강보험료는 월 2만원만 내는 직장 가입자가 149명이나 된다.
건보료 부과 방식이 직장 가입자의 경우는 급여만을 기준으로 하고 지역 가입자는 주로 보유 재산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00억원대 재산가가 월 100만원 임금근로자라는 게 우선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이 재산가가 지역 가입자라면 최고 185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월 급여가 100만원 이하이고 10억원 이상의 재산가는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합법을 가장한 위장취업자가 적지 않을 터다. 항간에는 거액의 재산가들이 위장취업을 통해 건보료를 적게 낸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당장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시급하다.
문제점은 또 있다. 고액의 금융소득이나 연금소득이 있더라도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는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수십억원대 재산가라도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된다면 역시 건보료는 한푼도 안 낸다.
거꾸로 직장 가입자가 은퇴 후 지역 가입자가 될 경우 소득이 없더라도 집 한 채, 자가용 한 대만 있어도 건보료 부담은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는 노사가 반씩 물기 때문이다. 은퇴 후 쥐꼬리만한 연금에 재산이라고는 겨우 집 한 채가 고작인데 건보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면 공정한 사회일 수 없다.
건보료 산정체계 개선이 시급하다.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 기준을 급여와 함께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에 대해서도 부과해야 옳다. 피부양자 기준을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 피부양자 수에 비례해 건보료를 올리거나 고액 연금소득자나 재산 보유자는 자기 몫의 건보료를 내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유 재산이 그리 많지 않고 소득이 거의 없는 은퇴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줄이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