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안해, 고마워’ 임순례 감독 “동물과 행복하게 사는 세상 왔으면…”

입력 2011-05-20 17:36


임순례(51)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감독이다. 전작 ‘세 친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여섯 개의 시선’ ‘날아라 펭귄’ 등만 보더라도 언제나 그는 우리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찍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임 감독이 이번엔 동물보호를 주제로 한 ‘미안해, 고마워’를 들고 나왔다. 영화는 인간에서 동물로 초점이 바뀌었다는 점만 다를 뿐 버려진 존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영화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9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에서 만난 임 감독은 우연히 영화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상은 어쩌면 거대한 우연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한 동네 사는 분이 동물보호단체 회원이거든요. 그 분 소개로 2009년부터 그 단체 대표를 맡았는데, 마침 농림수산식품부가 유기동물 영화를 찍자고 제안하셨어요. 보세요, 우연의 연속이죠?”

‘미안해, 고마워’는 모두 4편의 단편으로 된 옴니버스 영화다. 첫 단편 ‘미안해, 고마워’는 송일곤 감독 작품으로 숨진 아버지가 남긴 개로 인해 가족애를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오점균 감독의 ‘쭈쭈’는 노숙자와 유기견과의 교감을 현실감 있게 스크린에 녹였고, 박흥식 감독은 ‘내 동생’에서 어린 아이가 하나뿐인 동생인 강아지와 이별하며 겪는 아픔을 담았다. 영화의 총괄 제작을 맡은 임 감독은 마지막 단편 ‘고양이 키스’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노처녀와 무뚝뚝한 아버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로 26일 개봉한다.

임 감독은 고양이와 촬영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영화판에선 시간이 돈이에요. 그런데 고양이랑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어요. 개는 사람을 좋아하고 훈련된 녀석들은 말도 잘 듣잖아요. 고양이는 그게 안돼요. 특정 장소에 내려놓으면 일단 다른 곳으로 튀고 보는 습성이 있으니 계획된 촬영을 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몰라요.”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 ‘나비’를 캐스팅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밤 촬영이 많아 털이 하얀 색이어야 했고 사람 손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길고양이의 습성을 지닌 고양이라야 했다. 임 감독은 “나름대로 엄격한 선별 작업 끝에 고양이를 캐스팅했는데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나비를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이 쇄도해 현재 어디로 보내야할지 즐거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이 영화를 계기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더럽고 재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대부분 인간이 키우다 버린 녀석들인데…. 개는 원래 15년 사는데 유기견은 겨우 2∼3년밖에 못산답니다. 고양이도 비슷하고요. 구조돼도 입양되지 못하면 1주일 후에 안락사 되고 말아요.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