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이 상징 ‘전두환 표지석’ 천정배 의원 밟고 기념촬영

입력 2011-05-19 18:44


‘전두환 표지석의 몰락.’

광주 망월동 옛 5·18묘역 입구 바닥에 깔린 ‘전두환 표지석’은 매년 5월이면 봉변을 당한다.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의 만행으로 숨진 희생자들이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옮겨질 때까지 10여년간 안장됐던 이 묘역의 방문자들로부터 쉴 새 없이 짓밟히고 발길질을 당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5·18 31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18일 광주를 방문한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제의 표지석 위에 올라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천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마을’이라고 적힌 표지석 위에 올라선 장면과 함께 ‘시민들이 이 표지석을 밟으면서 전 전 대통령을 응징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가 밟고 선 표지석은 집권 당시인 1982년 전 전 대통령이 전남 담양군 고서면의 한 농가에서 민박한 것을 기념해 세워졌다. 이를 못마땅해하던 5·18유족회 등의 회원 10여명은 1990년대 초반 낙엽에 가린 채 한 구석에 방치돼 있던 표지석을 옛 묘역 입구에 옮겨 방문자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한 것이다. 표지석을 직접 옮겼던 정수만 5·18유족회장은 “당시 한 회원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해머로 내리쳐 표지석이 산산조각났다”며 “깨진 표지석을 5월 영령들의 옛 묘역에 깔아놓은 것은 돌에 새겨진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날의 참상을 잊지 말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