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부인·딸마저 튀니지로 탈출… 고립무원 카다피 벼랑끝

입력 2011-05-19 18:44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아내와 딸이 튀니지에 체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튀니지 보안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다피의 두 번째 부인 사피야 카다피와 딸 아이샤(35)는 리비아 대표단과 함께 지난 14일 입국했다. 이들은 리비아 국경과 인접한 튀니지 남부 제르바 섬에 있는 난민센터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입국 목적이 외교적인 임무 때문인지 피난처를 찾는 망명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카다피의 장남 무하마드(41)도 치료를 위해 튀니지에 머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튀니지와 리비아 정부는 두 사람의 입국 사실을 부인했다. 튀니지 내무부는 “카다피 가족 중 누구도 튀니지에 머물고 있지 않다”면서 “사피야와 아이샤는 유엔의 제재 대상이어서 입국을 시도하면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레드 카임 리비아 내무장관도 “두 사람 다 리비아에 있다”고 말했다.

미 외교문건에 따르면 사피야는 카다피와 종종 다투는 등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간 다툼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샤는 지난달 카다피 관저가 공습을 받았을 때 나타나 “카다피는 리비아인의 마음속에 있다. 퇴진을 얘기하는 건 리비아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고 카다피를 지지했다.

앞서 슈크리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은 지난 17일 튀니지로 망명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었다. 과거 3년간 총리를 지내고 석유공사 사장을 겸하고 있는 가넴 장관은 카다피 정권의 핵심 인사다. 가족과 최측근의 망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카다피에게 치명타가 될 거라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