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원 통해 중동 민주화 촉진… 오바마, 새로운 중동정책 주요 내용

입력 2011-05-19 18:4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중동 정책은 이슬람권의 민주화 촉진, 이를 위한 경제 지원, 나아가 장기적으로 서방 세계와 이슬람권의 관계 재정립으로 요약된다.

중동은 미국 외교에서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는 지역이다. 오사마 빈 라덴 사망과 ‘아랍의 봄’이라는 변화된 지역 정세는 기존의 ‘미국 대(對) 이슬람’ 대결 구도가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결 구도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이익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구상은 우선 민주화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지역 국가들에 보다 민주화로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미국은 연설 전날 시리아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단행함으로써 민주화를 거부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사실상 결정했고, 민주화 이행 국가에는 중동판 마샬플랜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부패를 막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해 민주화 이후의 경제 관리 체제에 대한 지원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중동 정책은 독재를 지속하려는 국가에는 가혹할 정도의 채찍을, 민주화 전환 국가에는 경제적 당근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부흥개발은행 등을 통한 재정 지원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와 함께 중동 지원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십자군 전쟁 때부터 이어온 대결 구도를 타파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와도 연관이 있다. 그는 2009년 6월 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 “무슬림과 전쟁하지 않겠다”는 역사적인 화해 선언을 했었다. 이번 연설은 한발 더 나아가 정치·경제적 지원을 통해 이슬람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 규정한 것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번 연설 이후 미국이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에 보다 적극 개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아랍의 봄’을 지난 90년대 초 동유럽 상황과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 (민주화) 과정이 수년이 걸리겠지만 중부 및 동유럽에서 그랬듯이 미국은 시작부터 내내 민주주의를 이뤄가는 사람들에게 경제 근대화와 개발을 위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계기로 ‘도미노 현상’처럼 이 지역 국가들을 차례로 민주화시키고, 미국이 정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편입시키려는 대(對)중동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