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변호사에서 380억원 빚더미 몰려… ‘BBK’ 에리카 김의 몰락

입력 2011-05-19 18:38

이명박 대통령의 BBK 연루 의혹을 폭로했다가 최근 한국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에리카 김(47)씨가 파산을 신청하는 신세에 몰렸다.

18일 미 캘리포니아 중부지구 연방파산법원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9일 이곳에 ‘챕터7’ 형태로 파산신청을 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챕터7은 법원이 신청자의 자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빚은 청산해주는 파산 제도다. 민사 판결에 따른 채무는 갚지 않아도 된다.

김씨의 경우 지난 1월 28일 미 연방항소법원의 민사 판결로 인해 3500만 달러(약 38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미 법원은 김씨와 동생 경준(45)씨에게 옵셔널캐피털(옛 옵셔널벤처스)에서 횡령한 회사 자금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13일 법원에 낸 재정보고서에서 “자산 462만3000달러, 부채 3918만여 달러”라고 밝혔다. 부채에는 옵셔널캐피털에 물어줘야 할 3500만 달러가 포함됐다. 자산은 460만 달러짜리 베벌리힐스 주택이 거의 전부다.

옵셔널캐피털 측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김씨의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김씨 측의 이런 행보는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법적·금전적 관계의 정리 수순으로 보인다. 한때 미국에서 잘나가던 한국계 변호사와 투자전문가 남매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감 중인 경준씨가 소유한 미국 법인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월 초 미국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스위스 계좌에서 140억원을 빼내 ㈜다스에 보냈다. 미 법원이 김씨 측에 옵셔널캐피털에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직후다. ㈜다스도 “김씨 측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7년 한 차례 패소한 바 있다. ㈜다스는 지난달 김씨 측에 대한 소를 취하했다. ㈜다스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진짜 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회사다.

미 연방법원은 김씨 측이 명령을 어기고 스위스 계좌에서 돈을 빼낸 점에 대해 지난 2일 연방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