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 물가안정·재정건전성 위협”
입력 2011-05-19 18:3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에 비해 높은 수준의 성장을 추구할 경우 거시경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내놓은 ‘국제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평가’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4.3% 내외라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외환위기 직전까지 6%대 중반 수준이었으나 외환위기를 겪은 후 2001∼2007년에는 4%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4%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실제성장률도 2001∼2007년 연평균 4.56% 수준을 유지하다 2008∼2010년에는 연평균 2.86%로 1.7% 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근로시간이 크게 증가해 노동투입기여도는 0.58% 포인트 높아졌지만 기업의 설비투자 회피, 건설투자 부진으로 자본투입 기여도와 총요소생산성 기여도 등이 하락한 결과다.
KDI는 다만 기존에도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에 4%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0.5% 포인트가량 낮아진 미국 영국 독일 등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받은 영향은 적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전이되지 않았던 덕분이다.
위기 이후 하락했던 총요소생산성 기여도 등도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경제 성장 잠재력이 다시 위기 이전 추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KDI는 그러나 잠재성장률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장기간 추구하는 것은 거시경제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KDI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전망치 4.3%를 웃도는 ‘5%’를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잡았다가 조만간 4%대 후반으로 수정할 예정이다.
KDI 이재준 부연구위원은 “거시경제정책 목표를 성장잠재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두면 물가 안정이나 재정건전성에 상당한 위험요인이 된다”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