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도서관에 신간서적이 없다… “등록금 동결로 예산 부족”

입력 2011-05-20 09:46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일부 학술서를 제외한 신간도서 구입을 중단했다. 학생들은 필요한 신간서적을 신청해도 당분간 받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서울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행정기구의 예산은 큰 폭으로 늘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신간도서 구입을 요청하는 학생들에게 2011년 도서구입 예산이 대폭 삭감돼 어학, 수험서, 종교서, 에세이, 소설, 자기계발 도서, 건강·여행 서적 등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기성회 예산과 국고 지원금이 모두 줄어 학술서를 제외한 도서는 구입이 불가능하다”며 “도서 구입을 재개할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도서관의 지난해 도서 구입 예산은 146억5000만원이었다. 일반 예산 7억5000만원에다 법인사업기반 조성비 명목으로 139억원을 정부로부터 추가로 지원받았다. 그러나 올해 도서구입비 예산은 7억5000만원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0 대학도서관 통계분석’에 따르면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장서는 409만5000여권으로 국내 대학 중 1위다. 그러나 외국 대학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서울대 장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대학 113곳 평균 장서 441만7000여권에도 못 미친다. 미국 하버드대의 1625만여권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학생 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대 기관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대학생활문화원, 경력계발센터, 성희롱·성폭력 상담센터 등의 기성회 예산이 줄었다. 교육시설 및 교육활동에 사용되는 기성회 예산은 국고 지원금과 학교 발전기금을 제외한 예산이다. 그러나 서울대 사무국의 기성회 예산은 11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56억원 늘었다. 서울대가 예산을 편성하면서 법인화 준비에 치중한 탓이다. 사무국 관계자는 “법인으로 넘어가게 될 교직원 200여명의 퇴직금 100억여원 등 법인화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다 보니 예산이 증액됐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