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파문] 매립 사실이라면… 드럼통 부식 지하수로 유입 가능성
입력 2011-05-19 21:33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가 경북 왜관 미군기지에 매몰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미군이 저지른 각종 환경오염 사고 중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전 미군의 증언대로라면 미군은 인류가 발명해낸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을 경북 왜관 기지에 파묻었다.
1978년 묻힌 뒤 33년이 지나면서 드럼통이 부식돼 내용물이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매몰지에 콘크리트 차수벽을 설치하는 등 보호조치가 없었다면 지하수로 흘러들어갔을 수 있다. 지하수가 농경지로 흘러들었을 경우 오염된 농작물을 먹은 사람은 몸 안에 다이옥신이 축적된다. 미군 기지가 낙동강 본류로부터 3㎞ 이내에 위치해 장기간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주민들의 체내에 축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매몰 장소로 지목되는 캠프 캐럴은 수차례 유류 유출 사고를 일으켜 환경관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곳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군과 한국군은 공중에서 살포하는 고엽제에 보호조치 없이 노출됐다. 일부 장병은 약제가 묻으면 모기가 물지 않는다며 쏟아지는 고엽제를 일부러 맞기도 했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고엽제에 노출된 장병들이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고엽제후유의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림프암, 육종암, 폐암, 후두암, 백혈병 등 15종을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이옥신은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흡착돼 인체와 환경에 오래도록 잔류한다. 게다가 잘 분해되지 않아 대대로 피해를 끼친다. 해류에 실려 이동하면서 먹이사슬을 따라 생체농축을 일으켜 북극곰의 체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고엽제 피해자의 2세들은 척추이분증, 말초신경병, 하지마비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외신보도를 접하자마자 주변지역 영향조사부터 들고 나온 것도 이처럼 다이옥신이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사전답사를 통해 주변지역의 지하수 이용실태를 파악한 뒤 주민들의 체내 다이옥신 농도를 측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이옥신 매몰과 누출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발굴 조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