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휴거? 美 ‘패밀리 라디오’ 설립자 주장… 일부선 자비 홍보·칩거 떠들썩

입력 2011-05-19 18:38

내일 휴거(rapture)가 일어난다고? 미국이 때아닌 시한부 종말론으로 시끌벅적하다. 발단은 미국의 ‘패밀리 라디오’ 설립자 해롤드 캠핑(88)이 이달 초 홈페이지에 “심판의 날 선택받은 사람들은 휴거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불의 심판을 받을 것”이란 8쪽짜리 예언을 게시하면서다. 그는 “21일 휴거가 일어나며 10월 21일에는 불의 심판으로 지구는 멸망한다”고 밝혔다.

캠핑 목사는 1994년 9월에도 휴거 예언을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성경 연구를 충분히 끝내지 못하고 94년이란 가능성만 봤다”고 해명했다.

깊고 낭랑한 목소리와 차분한 억양으로 폭넓은 청취자 층을 확보하고 있는 탓에 그의 이번 예언을 그대로 믿는 사람도 많다. 미국공영방송(NPR)은 뉴욕 스테이튼아일랜드 출신의 피츠 패트릭(60)의 경우 사비 14만 달러(약 1억5100만원)를 들여 뉴욕시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곳곳에 휴거일 광고를 냈다고 보도했다. 아드린 마틴즈(27·여)는 남편과 함께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이사해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크리스천의 반응은 싸늘하다. 앨버트 모흘러 남침례교신학교 총장은 “교회는 그동안 이 같은 잘못된 가르침을 수없이 봐왔다”고 밝혔다. 모흘러 총장은 “윌리엄 밀러와 재림론자들이 1844년 3월 21일 재림을 예언했고 70년대에도 대중적 설교자들이 다양한 날짜를 거론하며 재림을 말했다”면서 “부끄러운 일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며 비판했다. 그는 또 “그리스도인은 가만히 앉아 재림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그가 분부한 명령을 수행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블루밍턴힐사이드 교회 봅 베이크 목사는 “이는 진실로 끔찍한 일”이라며 “그리스도인은 그의 어리석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 외 여러 그리스도인들은 “날짜를 명시한 것은 잘못됐지만 지금이 마지막 시대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