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블랙 컨슈머’ 30대 구속… 식품회사 108곳 협박 1600여만원 뜯어내
입력 2011-05-19 21:49
빵과 과자 등을 구입한 뒤 이물질을 집어넣고 전국의 식품회사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치료비 등을 요구해 금품을 뜯은 ‘블랙 컨슈머’가 경찰에 붙잡혔다. ‘블랙 컨슈머’는 보상 등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경기도 성남중원경찰서는 19일 식품회사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상습공갈)로 김모(31)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성남에 있는 A푸드 등 전국 식품회사 108곳을 상대로 모두 134차례 협박, 16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훈제요리 등을 구입해 먹은 뒤 이들 식품에서 돌과 플라스틱, 이쑤시개, 쇳조각 등이 나와 입 안이 찢어졌다며 업체를 협박해 왔다.
김씨는 또 업체들이 치료비를 주지 않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소비자보호원 등에 고발하고 언론에 알리겠다며 식품회사를 협박했다.
김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 6대를 이용해 이름을 바꿔가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70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해오며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회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통장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로부터 협박을 당한 식품회사는 이런 사실이 언론 등에 알려질 경우 회사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해 경찰에 신고는 물론 제품의 하자도 확인하지 않은 채 통장으로 돈을 송금했다”고 말했다.
성남=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