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덕적 해이 극치, 저축은행-정·관계 커넥션

입력 2011-05-19 17:59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수사과정에서 온갖 추악함이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과 전직 고위 정·관계 인사들의 유착을 보면서 공직사회 도덕성이 이렇게 추락했나 한숨이 나온다. 그들에게 세금으로 월급을 주고 나라를 경영하도록 위임했던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특히 권력기관의 전직 고위 공직자들이 저축은행의 사외이사 혹은 감사에 앉아 사기업의 해결사 역할을 한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최근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를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 술회했다. 한 언론은 감사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소속의 옛 재무부 출신들의 로비가 많았다고 전했다. 결국 저축은행에 스카우트돼 거액의 급료를 받은 그들이 ‘밥값’을 하려 정부기관을 상대로 온갖 압력을 넣었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미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출신 고위인사들이 국내 대형 로펌에 고문·전문위원으로 대거 영입돼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뒤여서 더욱 씁쓸하다. 저축은행이 제공한 자리에 앉았던 전직 고위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기조차 부끄럽다. 물론 개중에는 법적인 하자가 없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 이전에 도덕성의 문제다. 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 끈을 고치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즉 의심받을 곳에 있지 말라고 했다.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를 넘어 정·관계로 확대되고 있다. 당연한 조치다. 저축은행과 정·관계 유착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명한 공정사회 실현을 위해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비리다. 이 대통령이 직접 끝까지 챙겨야 한다. 누구의 눈치를 보고 적당히 덮을 사안이 아니다. 이번 유착비리 관련자들을 철저히 찾아내 일벌백계로 엄중히 다스림은 물론 이 기회에 고위공직자들이 퇴임 후 사기업에 들어가 불법 로비를 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