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교육에서 英·數 책임지려면
입력 2011-05-19 17:57
‘수학에 흥미와 자신감을 느끼게 하고 영어도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해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한다.’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꿈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9일 발표한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은 매우 획기적인 안이다.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어를 실용영어 중심으로 전환해 듣기·말하기 교육을 확대하고 정규교육→방과후학교→가정에서의 자기주도적 학습 체계를 갖추게 한다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다. 특히 이번 방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수학 공부의 방향 전환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학이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수학 공부가 공식 암기와 문제풀이 중심으로 진행돼 온 까닭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개념 설명보다 공식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역사적 배경과 의미, 맥락 등을 스토리텔링 형으로 설명해 원리의 이해도를 높이고 문제풀이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겠다고 하니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자기주도 학습 지원 사이트를 구축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수학교실도 운영하게 된다면 그동안 멀고 어려운 느낌을 줬던 수학이 가까이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이런 교육을 주도하기에 충분한 수준을 갖추어야 하고 변화 의욕도 넘쳐나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정책이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계속적으로 바뀌는 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바꿔봐야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다시피 했다. 영어와 수학을 공교육 체계 내에서 이끌어가기 위해 방과후학교에 대한 민간 참여를 확대하겠다고는 하지만 학원에 밀리지 않을 수준을 확보할 수 있을지, 만연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관련 비리를 근절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단순 문제풀이에 치중해 온 수학을 서술형으로 전환할 경우 현재의 양을 다 소화하려면 엄청난 추가 시간이 필요하고, 또 서술형 문제를 감당하지 못해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바람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