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사과를 딸 수 있을까요?
입력 2011-05-19 17:40
빨간 사과 하나/글·그림 페리던 오럴/미래아이
함박눈이 쏟아지는 겨울날. 토끼 한 마리가 주린 배를 안고 숲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먹을 게 없습니다. 나무는 헐벗었고,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눈, 눈, 눈뿐입니다.
지친 토끼 눈앞에, 저기 거짓말처럼 빨간 사과 한 알이 나타납니다. 마른 가지 끝에 매달린 통통한 사과. 벌레 먹은 자국 하나 없이 매끄럽고 탐스럽습니다. 한입 쓱, 베어 물면 시큼 달큼 단물이 입안 가득 고일 텐데. 사과를 키운 가을 햇살과 단비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일 텐데. 토끼는 기뻐 폴짝폴짝 뜁니다.
이런, 팔이 닿지 않네요. 뒤꿈치를 들고 팔을 뻗어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토끼 키로는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딸 수가 없습니다. 이를 어쩌나. 배고픈 토끼는 눈이 빨개지도록 고민을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과를 딸 수 있을까. 토끼는 묘안을 생각해냈을까요?
텅 빈 숲에 탐스런 눈이 끝없이 날리는 밤. ‘빨간 사과 하나’는 춥고 배고픈 토끼가 기적처럼 만난 사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의 마지막장을 펼치니, 눈밭에 연노란 속살을 드러낸 사과심 하나가 뒹굴고 있네요. 누군가 사과를 먹은 모양입니다. 그건 토끼였을까요? 토끼가 진짜 사과를 딴 걸까요? 소란스럽지 않은 스토리 전개와 단정한 그림이 예쁜 유아용 그림책. 정수정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