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베드로 (15·끝) 조선족 선교 통한 북한 복음화 소망

입력 2011-05-19 19:08


지난해 12월 22일, 학기를 잘 마무리하고 홀가분하게 좀 쉬려는데 갑자기 또 쓰러졌다. 이번에도 심장 이상이었다. 종합 진찰을 받았는데 심장뿐 아니라 간, 위, 치아에도 이상이 왔고 오십견과 요도결석도 나타났다. 탈진이 가장 심각했다. 수년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사역한 데다 스트레스에 시달린 결과였다.

서운했다. 사역에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는 왜 이럴까 의문을 갖다가 갈라디아서 6장 17절 말씀에서 해답을 얻었다. “이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는 말씀이었다. 순간 하늘의 위로가 느껴졌다. 하나님께서 “그래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격려해 주시는 것 같았다.

즉시 불평했던 것을 회개하자 감사가 넘치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의 공기 좋은 선교사훈련원에 머무르며 치료와 휴양을 병행하자 몸이 빠르게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비가 1300만원이나 나왔음에도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해결돼 감사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하나님께서 강제적으로 푹 쉬게 만드신 것이라 여겼다.

8년 동안 조선족 사역을 하면서 참 많은 분으로부터 후원과 지원을 받았다. 이 중에서도 내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분은 조선족인 원 전도사님이다. 사례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한결같이 헌신해 주신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8년 전 조선족교회 집사였다가 권사가 됐고 다시 신학교를 졸업해 전도사가 되어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요즘 사랑의 쉼터는 평일에는 신학교 역할을 하고 주일에는 조선족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담임목사로 열방신학교 1호 목사인 박동현 목사를 위촉했다. 교회 이름도 ‘은혜의 동산’이란 뜻의 성산교회로 지었다. 조선족들의 신앙이 점점 더 영글고 알차져서 자체 운영은 물론 해외선교까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

그동안 내가 가장 염려했던 아들과 딸의 진로도 책임져 주셨다. 바텔호텔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의 특급호텔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딸은 이제 호주에 있고 아들은 학비 걱정이 없는 독일에서 공부하며 일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릴 뻔 했던 아내는 이번에 한국에서 나와 함께 쉬고 재충전하면서 여러모로 많이 회복되었다.

이제 다시 베이징 열방신학교의 2011년 강의가 본격화되어 나도 열심히 뛰고 있다. 아직 부족하고 필요한 것이 많다. 그러나 사역은 채워져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채워질 것을 믿고 열심히 뛰는 것이라 믿는다. 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복음의 사명자가 아닌가 싶다. 사역하며 일어났던 더 많은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해 아쉽다. 다만 중국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더 열심히 사역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있는 많은 조선족과 한족, 북한동포를 위해 생각날 때마다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나의 사역 신념은 하나님께 정직하고 사람에게 진실하며 그래서 하나님과 사람 앞에 의리를 지키는 것이다. 여기에 복음의 열정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부족한 사역에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 주시고 기도로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지면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아울러 내 사역의 좌우명인 사도행전 20장 24절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200만 조선족 선교를 바탕으로 북한 땅에 복음의 물결이 휘몰아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 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