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많이 나간다고 레슬링도 잘하나”… 전문가들이 본 우리금융 민영화
입력 2011-05-18 22:12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우리금융지주 매각안’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매각안이 산은금융지주를 위한 ‘맞춤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산은지주 외에 다른 인수후보가 거의 없어 경쟁의 실효성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정책결정 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소수 고위관료가 정책일관성 훼손”=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인사) 한두 명에 의해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며 “민영화 작업이 갑자기 대형 국유은행 설립안으로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한 후 민영화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금융 단독으로도 민영화가 안 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 국고에 쌓는 것보다 국민주 방식으로 지분을 싸게 팔아 국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민영화를 하랬더니 갑자기 국책은행 두 개를 합치는 안이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두 은행 합병 후 정부 지분을 일부 매각한다면 이 역시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럴 바에야 우리금융 지분을 블록세일(분할매매)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매각안은 민영화 취지와 완전히 달라 민영화 작업이 더 요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성병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우리금융 민영화는 민간 매각을 통한 효율성 증대를 원한 것이지 시너지 없는 국책은행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너지 없고 메가뱅크 효율성 의문”=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이런 인수·합병(M&A)의 성과는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으로 좌우되는데 양 지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뀐다”면서 “신뢰할 수 없는 리더십 아래 양 지주 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매가뱅크의 효과에 대한 회의도 만만찮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두 지주사 간 합병이 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면서 “일본 은행도 덩치는 크지만 효율성이 없다. 두 지주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지점이 많고 성격이 유사한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산은과 우리지주는 성격이 완전히 판이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도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레슬링 잘하는 게 아니다”면서 “특히 국유 메가뱅크는 정부 의도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중국 공상은행이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가장 경쟁력이 있지는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김아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