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관치금융 말라”… 선배 강만수에 ‘강펀치’
입력 2011-05-19 01:04
김진표(64)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학·행정고시 선배인 강만수(66)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원내대표는 18일 광주 전남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회의에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를 산은금융지주에 매각하려는 것과 관련해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초대형 관치금융을 만드는 정치적 매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회장과 김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행시 8회와 13회로 선후배 사이다. 둘 다 국세청에서 출발해 재무부 세제실에서 잔뼈가 굵었고 3대, 6대 세제실장을 지냈다. 장관은 김 원내대표가 먼저 했다. 참여정부 때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 강 회장은 현 정부 들어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김 원내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자라면 강 회장은 부자감세로 대표되는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입안자다.
강 회장은 직설적 표현으로 ‘소신파’로 분류되는 반면 김 원내대표는 부드럽고 유연한 정치가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김 원내대표는 역대 세제실장 모임이나 매년 2월 전·현직 세제실 출신들이 모이는 ‘세제동우회’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편이지만 강 회장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두 사람은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서 한 사람은 경제수장, 또 한 사람은 야당 의원이었지만 크게 충돌한 적은 없었다.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8일 “이용섭 민주당 의원(7대 세제실장)은 상임위가 달랐는데도 정부의 감세 정책을 놓고 당시 강 장관과 크게 충돌했지만 김 원내대표와는 갈등을 빚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12대 세제실장 출신인 허용석 전 관세청장은 “김 원내대표가 세제실장을 할 당시 외부에 나가 있던 강 회장이 법인세 폐지론을 거론하자 김 원내대표가 ‘앞서간다’고 얘기한 적은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부딪히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이 크게 충돌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후배가 선배를 향해 강펀치를 제대로 날렸다. 김 원내대표는 “이 정권은 모든 국정을 20년 전으로 역행하는 정부라는 비판에 맞게 마지막 정권 1년 반을 남기고 우리금융까지 산은에 인수시켜 대기업 금융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산은을 모두 국책은행화하겠다는 것인가.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낙하산’ 비판여론과 재무관료 후배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메가뱅크 소신을 갖고 산은지주행을 택했던 강 회장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부의 한 국장은 “두 분이 각자의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는 편은 아닌 것 같다”며 “하지만 정치적 위치가 서로 다르다 보니 김 원내대표가 그런 발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한나라당에 정무위 소집을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여야 합의로 오는 27일 정무위를 열어 우리금융 매각과 저측은행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희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