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전히 불안·美 지표들도 부정적… 코스피 ‘숨고르기’ 장기화되나
입력 2011-05-18 18:31
16∼17일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추가지원 방안이 논의됐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는 여전하다. 미국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들도 부정적이다. 코스피 조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EU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가 모든 고통을 감내한다면 국채 만기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융커는 “그리스가 긴축재정과 민영화 프로그램 등 모든 가능성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지원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그리스의 자체적 노력이 선행돼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제가 여전히 시장에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지원 등 확실한 추가지원 방안이 발표된 게 아니며,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주변국들의 부실한 재정이 향후 돌발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양증권 임동락 연구원은 “채무 조정 시기·방식 등에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이 안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산업생산·주택시장 지표들도 코스피 상승 동력을 떨어뜨린다. 미국이 ‘소프트 패치’(경기 상승 국면에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것)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7일 3월에 0.7% 증가율을 나타낸 산업생산이 지난달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공장생산이 0.4% 하락하면서 지난 9개월간 이어진 상승 행진을 멈췄다.
미 주택시장도 경기침체를 반영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택 착공은 전월보다 10.6% 감소한 52만3000가구를 기록했고, 건축허가 건수는 전월보다 4.0% 감소한 55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런 해외 변수들은 외국인의 매도세를 이끌고 있다. 18일 코스피가 5일 만에 반등하며 2130선을 회복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악재 해결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주도주를 끌어올린 기관의 힘으로 기술적 반등한 것”이라며 “코스피가 조정 국면을 탈출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