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카작무스 헐값 매각 논란… 국세청 ‘구리왕’ 차용규씨 역외탈세 의혹 조사
입력 2011-05-18 21:40
국세청이 ‘구리왕’으로 알려진 1조원대의 자산가 차용규씨의 역외탈세 의혹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씨의 자산 형성 계기가 된 삼성물산의 카작무스 매각 상황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차씨는 2006년 대주주로 있던 세계 10위의 구리채광 제련업체 카작무스 지분을 팔아 1조원을 벌었다. 국세청은 차씨가 이 돈을 신고하지 않고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빼돌렸다고 봤다.
그런데 차씨가 카작무스 지분을 인수한 대상이 바로 삼성물산이었다. 18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와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1995년 6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당시 파산 직전이던 카작무스를 5년간 위탁경영했다. 이때 위탁경영을 맡은 사람이 차씨였고 그는 이곳에서 2003년 퇴직했다.
삼성물산은 2000년 7월 지분 42.55%의 카작무스 2대 주주로 자리잡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이후 꾸준히 지분을 내다팔다가 2004년 8월 차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페리 파트너스사에 24.77%의 잔여 지분을 매각했다.
의혹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매각하기 두 달 전인 2004년 6월 일부 외신에서 카작무스의 런던증시 상장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상장이 되면 대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카작무스 지분을 서둘러 넘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작무스는 이듬해 10월 상장됐다.
지분매각 가격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다. 삼성물산과 자회사인 삼성홍콩은 두 차례 카작무스의 대규모 지분을 매각했다. 2001년 10월에 15%의 지분을 주당 16만8918원의 높은 가격에 처분해 784억원가량의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2004년 8월 2차 매각에서는 지분 24.77%를 주당 1만9051원에 팔았다.
경제개혁연대는 “2차 매각가는 2003년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액 4만9617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서둘러서 카작무스 지분을 싸게 내다 판 것이 차씨를 통한 비자금 운용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삼성물산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당시 불투명한 구리시장 전망과 급격한 인건비 상승, 환경기준 강화, 외국인투자 우대정책 폐지 등으로 사업 여건이 악화돼 보유주식을 팔고 철수했다”고 카작무스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또 차씨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 과정에 대해 “카작무스 지분은 2004년 8월 블라디미르 김이 대표로 있는 페리 파트너스사에 매각했으며, 차씨에게 매각한 게 아니다”며 “이후 2005년 10월 카작무스 상장보고서에 페리파트너스 대표가 차용규씨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카작무스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선 “당시 카작무스의 회계 투명성 부족과 심각한 환경문제 등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선진국 증권거래소 상장은 장기간 어렵다고 보고 무수익 자산 처분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고세욱 노석철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