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료 전관예우 뿌리 뽑도록 법 개정하라

입력 2011-05-18 18:12

전직 판·검사에 이어 퇴직 공직자의 전관예우 폐해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 70여명이 금융기관에, 고위 공무원 출신 170여명이 대형 법무법인(로펌)과 회계법인에 포진해 있다. 로펌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퇴직자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후배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하고, 불법·비리 행위를 조사하지 못하게 하거나 대충 넘어가도록 회유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솥밥을 먹었던 공무원들은 로비 등을 들어준 대가로 이익을 챙기고, 퇴직 후 자신의 진로를 위해 보험을 드는 셈치고 선배 요구에 순응하는 구태를 보여 왔다. 한국행정연구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단 24.3%가 퇴직 상관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다.

그럼에도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직자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행법은 퇴직 공직자가 퇴직 전 3년간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가 퇴직 전에 다른 부서로 옮기는 ‘보직세탁’을 하거나 사기업체 연구소 등에 ‘위장취업’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퇴직 후 취업 금지 기간을 대폭 늘리고 관련 업무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취업 제한 업무 범위를 기존의 ‘소속 부서 업무’에서 ‘소속 기관 업무’로 확대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개정안이 법 취지에 맞다.

취업 제한 대상 업체 규모를 ‘자본금 50억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조항도 문제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로펌, 회계·세무법인들은 취업 제한 대상에서 아예 빠진다. 일정 규모 이상의 로펌, 회계·세무법인이 취업 제한 대상에 포함되도록 현행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퇴직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해 후배 공무원을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공무원을 징계하는 방안과 불법행위 방조·묵인 등으로 인해 저축은행처럼 해당 기업에 피해를 준 퇴직 공직자에게 배상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