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개미의 귀환

입력 2011-05-18 18:51

증권사가 투자고객으로부터 일정한 보증금을 받고 주식거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신용융자라고 한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현금 대신 주식으로 빌려주는 것은 대주(貸株)다. 이런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매매행위가 신용거래다. 한마디로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투자에 성공하면 큰 성과를 볼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손실도 큰 법이다.

신용융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넘보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6일 기준 6조8628억원이다. 한 달 만에 1조원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최고치인 2007년 6월의 7조105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고객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은 15조8862억원(16일 기준). 올 들어 실질 고객예탁금은 5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가 활황장세를 보이면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한몫 잡기 위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투자자 숫자는 1993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사한 ‘주식투자인구 및 투자자별 주식보유현황’에 따르면 주식투자인구는 478만여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8%로 10명 중 1명꼴이다. 경제활동인구로 치면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1인당 평균 보유 종목은 2.9종목, 보유 금액은 63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코스피지수가 2228.9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갔지만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급등 피로감으로 속도 조절은 있겠으나 강세장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부분이다. 이런 전망은 개미들의 투자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직접 투자에 나선 개미들의 자금이 증시로 꾸준히 들어오는 건 이 때문이다. 올 들어 개미들이 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조5000억원.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 증가분까지 합치면 10조원가량의 개인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중에 떠도는 700조원의 부동자금도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상승 랠리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있다.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면 위험하다는 주식투자 격언이다. 아직까지 과열은 아니라지만 불안감이 없지 않다. 신용융자액 급증도 ‘상투’의 징후라는데 개미들이 뒷북을 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대박을 노리다 쪽박을 찰 수도 있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