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장로 등 직분의 계급화가 교회 본질 왜곡·위기 조성했다”
입력 2011-05-18 17:37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 기자간담회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교회 직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18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바른교회아카데미(이사장 정주채 목사) 주최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목사나 장로, 집사 등 교회 내 직분(직제)의 계급화가 교회의 본질을 왜곡했고, 결국 한국교회의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직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는 발제를 통해 “모든 교회의 다양한 직제들은 사도들의 유일무이한 신분이 아니라 그들의 직무나 사역을 물려받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목사나 장로 등의 직분이 기능이나 사역이 아닌 교회 내 신분으로 변질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교수는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을 인용하며 “그들은 전문사역자들이 성직자 계급을 형성해 교회의 치리와 교육, 양육을 독점하는 것을 비판했다”며 “세례 받은 모든 교인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교회와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장로직이 치리와 행정, 권징 외에도 교인을 심방하고 위로, 권면하는 목양의 역할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집사에 대해서는 교회의 유지와 관리뿐 아니라 교회 바깥의 궁핍한 자, 곤경에 처한 자를 돕는 직분이라고 적시했다.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이날 제시한 한국교회 직제개선안은 7가지다. △경직화된 제도(직제)로부터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할 것 △사도의 신분이 아닌 사역 혹은 직무를 이어받은 사실을 명심할 것 △일반사역직(장로, 집사)을 계발하고 전문사역직(목사, 감독)과 일반사역직이 책임과 권한을 나눌 것 △교회가 적극적으로 사역과 은사를 개발해 교인들을 훈련, 파송할 것 △장로와 집사(권사)제도가 그 본연의 직무를 회복하도록 노력할 것 △개인의 임의적인 결정보다 집단적인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정에 따를 것 △당회나 운영위원회가 참다운 대의기구가 될 수 있도록 여성과 젊은이, 사회적 소수자의 참여 방법을 모색할 것 등이다.
이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목사나 장로의 임기제, 교회 내 치리기구에 대한 교단 차원의 개선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바른교회아카데미는 연구 작업을 거쳐 ‘한국교회 직제 개선 지침서’도 발간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엔 이 교수를 비롯해 정주채 이사장, 김동호 바른교회아카데미 원장, 서원모(장신대)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 조석민(에스라성경대학원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글·사진=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