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남녀 5만명 만남 주선해 보니…결혼정보회사 듀오 장성윤 팀장

입력 2011-05-18 14:37


스무 살 중반부터 10년간 만남을 주선한 미혼 남녀가 5만여명이란다. 짝을 찾으라고 매년 100회 이상 마련하는 자리에 회당 평균 50명씩 참석했단다. 남녀 수백 쌍을 한자리에 모아 연분을 찾게 한 적도 많단다. 그동안 즉석에서 짝지은 연인은 1만쌍이 넘는단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이벤트팀장 장성윤(35)씨를 16일 서울 역삼동에서 만났다. 듀오를 방문했는데 상담실로 안내됐다. 5m²(1.5평)쯤 되는 공간은 밀폐됐고 나무 원탁과 의자 셋이 놓여 있었다. 유리문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도록 불투명했다. 가사 없는 연주곡이 천장 스피커에서 작게 흘렀다.

“신상 보호 차원이에요. 노출을 꺼리는 분들이 있거든요. 음악도 감상용이 아니라 대화에 지장을 안 주면서 옆 방 대화는 못 듣게 하는 용도죠.” 장씨를 기다리는 동안 듀오 관계자가 설명했다.

요즘 결혼, 인스턴트 식품 고르듯

장씨가 상담실 문을 열었다. 2001년 5월 듀오에 입사한 장씨는 미혼 남녀 간 단체 만남을 연회처럼 진행하는 ‘미팅 파티’만 10년 기획했다. 미팅(단체 만남) 전문가인 셈이다. 미팅의 장점을 물었는데 일대일 만남의 한계부터 말했다.

“일대일 만남은 상대방한테 집중할 수 있지만 조건부터 따져서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만나기 전에 상대가 누군지 세세하게 파악하려고 하잖아요. 결혼정보회사 만남을 봐도 서로 상대방 신상을 파악해서 만날지 말지 결정하죠. 만나봐야 아는 매력이 있는데 파편적 정보만 가지고 예단하는 거죠.”

그래서 미팅이 낫다는 말이었다.

“단체로 만날 땐 그런 정보 요구가 적어요. 대학생 미팅을 예로 들면 ‘야, 오늘 어느 학교 무슨 과 애들이 나온대’하는 것처럼 대강의 범주만 알죠. 많아서 다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여러 명 중 내 짝이 있겠지’ 생각해요. 조건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못해도 무리 속에 있으면 부담이 덜한 거예요.”

결혼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장씨 생각이다.

“제가 결혼정보회사를 다니지만 솔직히 요즘 결혼은 굉장히 인위적이에요. 만나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만나기 전에 상대 신상을 따져보고 조건이 맞으면 결혼하는 식이죠. 그래서 쉽게 결혼하지만 또 쉽게 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풀지 못하고 헤어지는 거죠.”

눈높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미팅은 튀는 사람이 판을 깬단다.

“외모가 탁월하거나 성격이 아주 좋은 사람이 끼면 판이 흐트러져요. 남성은 예쁜 여자가 눈에 띄면 다 그 사람만 찍는 거예요. 심지어 다른 상대가 배정되면 ‘그 여자 아니면 싫다’고 화장실만 계속 오가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미팅은 성사율이 형편없어요. 웬만하면 절반은 성사되는데 튀는 사람이 나오면 30% 이하로 주저앉아요. 주목받는 분은 좋지만 전체적으론 피해가 막심한 거죠.”

남자의 경제력, 여자의 외모. 배우자를 찾을 때 우선시하는 조건이다. 이 고전적 도식이 유지된 채 각자의 요구 사항은 늘고 있다. “이젠 여자도 남자의 외모를 보고, 남자도 여자의 경제력을 따져요.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는 거예요.”

숨막히는 세태다. 성사율을 높여야 하는 장씨에겐 딜레마다. ‘합리적 선택’에 집중하던 그는 3년전 장애인 미팅에서 뜻밖의 선택을 봤다.

한 장애인 단체에서 사람을 모아 진행을 요청한 자리였다. 시각, 청각, 지체 등 각종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한곳에 모였고 중증 장애인도 있었다.

“아주 예쁜 여자가 중증 지체 장애인이랑 짝이 된 거예요. 다들 의아해했어요. 남자는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고 말하기도 버거워했거든요. 여자는 청각 장애인이었는데 수화로 ‘남자가 착해서 서로 의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설명했어요. 외모가 아니라 마음을 본 거죠.”

성경을 달달 외던 남자

통념의 잣대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 장씨에게 기독교인 미팅 주선은 기분좋은 소명중 하나다.

장씨는 결혼에서 종교의 기능을 되새겨 본다.

“관계를 깊게 만들고 행복을 극대화하는 기능으로 볼 때 종교는 힘이 세요. 같은 믿음을 갖고 문제를 대하는 관점이 같아진다면 더없이 돈독한 가족이 되는 거죠. 종교가 없으면 일요일에 쉬더라도 피곤하니까 가족끼리 할 수 있는 걸 찾지 않잖아요. 기독교인 가족은 같이 교회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기회가 열리는 거예요. 예배 마치고 교회에서 나오면 ‘날씨 좋은데 드라이브라도 할까’ 하는 식으로 나들이도 하게 되고. 종교는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8년 전 ‘100대 100 크리스천 미팅 파티’를 진행했었다. 교회를 다니는 미혼 남녀 100쌍이 참가했다. 돋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외모가 아니라 성경 암송으로.

“조별로 성경구절 외우기 게임을 했는데 한 남자가 웬만한 구절을 다 읊었어요. 신앙 있는 이성을 절실하게 만나고 싶어서 나왔고 많이 기도했대요. 전 그때 교회를 안 다녔는데 인상적이었어요.”

종교는 교집합 넓히는 구심점

천주교 신자였던 장씨는 2005년 결혼하면서 시댁을 따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결혼식 주례를 목사가 했는데 조율 과정에서 남편과 많이 싸웠단다.

“하객 중엔 교회 안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면 어색해하지 않겠느냐는 게 제 의견이었죠. 지날수록 ‘하나님 뜻으로 만난 연(緣)’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했다 싶어요.”

종교는 남녀가 교집합을 넓혀가는 구심점이란다.

“기독교인은 기독교인을 찾는 특징이 있어요. 이들은 가벼운 만남을 지양하고 한 번 만나더라도 진지하게 임해요. 다른 게 다 안 맞아도 종교가 맞으면 서로 노력해서 다른 걸 맞춰갈 수 있더라고요. 그런 의지는 기독교인이 어느 종교보다 강한 것 같아요. 신앙과 삶의 일치를 중시하기 때문이겠죠.”

노트북 컴퓨터를 접었다. 상담실에서 나오는데 옆 방 대화가 벽에 막혀 웅웅댔다. 누군가 짝을 찾아달라고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글 강창욱 기자·사진 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