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옹기 속에서 맛과 향이 솔∼솔∼ ‘아산으로 떠나는 발효음식 체험’

입력 2011-05-18 17:24


“장은 모든 음식 맛의 으뜸이다. 설혹 촌야(시골)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없어도 여러 가지 좋은 맛의 장이 있으며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 우선 장 담그기에 유의하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게 함이 도리이다.”

조선시대에 발간된 ‘증보산림경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때 잘 묵히는 역할을 담당한 ‘숨쉬는 그릇’이 옹기이고, 옹기에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이 발효음식이다. ‘장맛은 옹기 맛’이라는 말도 옹기가 발효식품과 만났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됨을 이르는 말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아산이 발효음식 체험지로 부상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4월에 도고옹기로 유명한 도고면 신언리에서 개관한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041-549-0075). 호서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위탁 운영하는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의 옹기전시관에는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옹기 수백점이 전시되어 있다.

샘물을 보호하는 독정, 종이를 말아서 보관하는 지통, 소주를 만들던 소줏고리, 저축미를 모아 두었던 좀도리쌀독 등 쓰임새에 따라 이름과 모양도 제각각이다. 특히 임금이 먹는 쌀을 보관하던 어미독, 오줌을 약으로 만드는 약뇨병, 심지가 2개인 쌍심지 등잔, 불씨를 보관하는 불씨통, 쌀·보리·콩을 보관하던 씨앗단지 등은 평소 보기 힘든 진귀한 옹기로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발효음식체험관에서는 계절별로 메주, 고추장, 된장, 간장, 마늘종, 막걸리 등 발효음식을 전문강사의 지도로 만들어 보는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재료 준비 관계로 예약은 필수. 옹기빚기체험장에서 흙으로 직접 옹기를 만들면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구워 택배로 보내준다.

도고옹기의 유래는 구한말로 거슬러 오른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금산리 일대에 정착한 주민들이 소규모로 옹기를 굽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도고옹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도고옹기는 빛깔이 곱고 모양이 유려할 뿐 아니라 품질이 우수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당시 옹기장 70명이 5개의 가마에서 옹기를 구웠으나 1980년대 들어 플라스틱 그릇이 옹기를 대신하면서 쇠퇴했다. 현재 도고에는 충청남도 지정 무형문화재인 이지수 옹기장이 도고옹기의 명맥을 잇고 있다.

아산이 자랑하는 발효음식 중의 하나는 젓갈이다. 새우젓을 실은 황포돛배가 닻을 내리던 온양 백석포구가 매립되기 전 온양온천 옆에 위치한 온양젓갈시장은 인근 주민은 물론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왔던 신혼부부들이 부모에게 드릴 선물로 젓갈을 사갈 정도였다.

현재 온양에서 온양젓갈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젓갈명인은 장항선 온양온천역 인근에서 굴다리식품(041-545-3027)을 운영하는 김정배씨. 1955년 백석포구에서 객줏집과 젓갈가게를 운영하던 외조부와 부모의 뒤를 이어 3대에 걸쳐 56년째 온양젓갈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새우젓과 어리굴젓 부문 수산전통식품 1호 업체로 지정된 젓갈명인 김정배씨의 이름을 상표로 한 ‘김정배젓갈’이 유명백화점에 등장하고, 일본의 방사능 유출로 새우젓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온양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젓갈 만들기 체험은 어렵지만 김정배씨로부터 젓갈 만드는 비법과 젓갈 고르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서울에서 전철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산은 온천의 고장. 조선시대 왕실온천인 온양온천과 동양4대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도고온천, 그리고 알칼리성 온천으로 워터파크를 겸한 아산온천이 모두 온양온천역에서 버스로 연결된다.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과 가까운 도고면 봉곡리의 세계꽃식물원(041-544-0747)은 사계절에 걸쳐 3000여종의 꽃이 피고 지는 온실화원으로 이번 주부터는 백합이 장관을 이룬다. 영인면 월선리의 피나클랜드(041-534-2580)는 정원과 동물농장이 아름다운 테마파크. 이밖에도 아산에는 외암민속마을과 현충사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아산=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