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이어 구리왕, 카자흐서 1조원대 수익 차용규씨…역외탈세 혐의 7000억대 추징 나섰다
입력 2011-05-18 00:57
국세청이 카자흐스탄 구리 사업으로 1조원대 부를 축적한 차모씨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게 부과된 4101억원의 과징금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탈세 추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차씨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차씨는 삼성물산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근무하다 1995년 카자흐스탄의 최대 구리 채광·제련 업체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맡았다. 파산 직전에 몰린 카작무스는 차씨가 맡은 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위탁경영이 만료된 2000년에는 자산가치 30억 달러 회사로 거듭났다.
그는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에서 철수하자 지분을 1억 달러에 인수한 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 1조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후 2006년 카작무스 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뒤 경영에서 손을 뗐다.
차씨는 가족과 함께 홍콩에 살면서 한국 부동산, 증시 등에 투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차씨가 카작무스 지분 매각으로 번 1조원대 소득에 대한 역외탈세 혐의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국내 부동산 투자 탈세 여부를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에 대한 국세청 조사는 대기업과 대자산가에 대한 역외탈세 집중 조사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씨에 대한 세금 추징액이 5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권 회장의 경우처럼 ‘거주자’ 요건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차씨 역시 ‘비거주자’(세법상 외국인)임을 내세워 국내 세금망을 비켜갈 가능성이 크다. 차씨 측은 “국내에 1년에 평균 28일밖에 머무르지 않는데 국세청 과세는 터무니없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놓고 이를 통해 국내 호텔·백화점에 투자하고 전국 곳곳의 빌딩을 매입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다수의 코스닥 상장 기업의 주가연계채권에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차씨가 조세피난처에 자본금 1만 달러짜리 투자회사를 세워놓고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씨는 2007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부자 1000명에서 재산 13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754위, 한국인으로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와 함께 공동 7위에 올랐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