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선후보서 해고됐다”… 부동산 황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불출마 밝혀

입력 2011-05-17 18:54

“나는 해고됐다.”

미국의 부동산 황제 도널드 트럼프(64)가 16일(현지시간) 2012년 대통령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업 분야가 내 열정을 쏟을 분야”라며 “아직 민간부문을 떠날 준비가 안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과 카지노 운영 등으로 부를 쌓았다. 2004년부터 NBC방송의 리얼리티쇼 ‘더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며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는 독설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주장으로 파란을 일으켰다가 백악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하와이 출생증명서를 공개하면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트럼프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마이크 허커비(56) 전 아칸소 주지사가 경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공화당 잠룡들이 잇달아 경선 불참 선언을 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 상승 때문이다. 공화당 잠재 후보군 사이에서 가능성이 낮은 게임에 괜히 나서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 10일 AP통신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를 기록, 최근 2년 새에 가장 높았다. 응답자 73%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안전하게 해줄 강인한 리더’라고 답하는 등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성공 이후 미국 내 인기가 급상승한 상태다.

공화당은 두드러진 오바마 대항마가 없는 가운데 불출마 선언까지 이어져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침례교 목사 출신인 허커비 전 주지사는 보수층의 신뢰가 높은 후보였고,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트럼프 역시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될 카드였다. 뉴욕타임스(NYT)와 CBS방송이 지난달 공동 조사한 공화당 대선후보 선호도에선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9%로 가장 앞섰고, 허커비 전 주지사가 8%, 트럼프가 7%를 기록했다.

현재 공화당에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론 폴 하원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이 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